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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인생
- 지나가는 생각, 단편적 느낌, 잡고 싶은 찰나들
4787 bytes / 조회: 1,009 / ????.08.04 16:24
나는야 불평러


1. 뷔페 커피는 맛이 없다

거의 예외가 없다. 아직까지 뷔페에서 맛있는 커피를 마셔본 적이 없다. 이름이 생각 안 나는 부산 서면에 있는 어느 뷔페는 바리스타가 커피를 추출해주는데 그마저도 맛이 별로다. 왜 그럴까. 기계는 문제 없어 보이는데.

 

2. 난 아직 못봤지만

식당이나 카페에 애들 기저귀를 늘어놓고 가는 사람들. 도대체 왜 그럴까?

 

3. 존 업다이크는 왜 품절(이라 쓰고 절판이라 부르는)인가?

품절될까봐서 일단 주문한 업다이크 소설. 이 분, 퓰리처상도 받은 아주 유명하고 중요한 영미권 소설가인데? 소설도 엄청무지 재미있는데? 그런데 도대체 왜? 왜때문에 빈한한 번역 출간은 둘째치고 그나마도 모조리 품절인지. 간 보는 것도 아니고 '토끼 시리즈'도 나오다 말고. LOA판으로 걍 아마존에 주문 넣을까. 아마존 무료배송 이벤트 한 번 더 해줬음 바랄 게 없겠다. 만일 그런 이벤트를 또 하면 이번엔 무조건 책으로 장바구니를 꽉꽉 채울 거다.

 

4. 오늘 동친과 점심을 먹으면서 열변을 토한 얘기

언론인 출신 작가가 좋아. 

이런 작가들은 대체로 중언부언 하지 않고, 복문을 쓰지 않으며,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글쓰기에 특화되어 있거든.

주장을 펼치기 위해 10페이지 장문을 줄줄 읊는 것보다 적확한 한 줄 인용이 훨씬 웅변적이고 효과적이라는 걸 그들은 잘 알고 있으니까. 그런 점에서 히친스는 너무 빨리 죽었어. 그래서 진짜 슬프고 화나. 히친스의 지성을 읽을 수 있는 책이이 너무 적어.

 

5. 원래 할 일이 있으면 오히려 농땡이를 피우고 싶은 게 인지상정.

 

6. 게으름은 인간의 본성이 아닐까. 그렇다면 인간은 얼마나 위대한가. 눈을 감기 전까지 매순간 본성을 누르고, 본성과 싸우고, 본성과 타협하며 살아가고 있으니.

 

7. 이틀 전인가. M에게 '은하(galaxy) 강의'를 짧게 듣고.

존재론적 회의에 푹 빠졌다.

그래. 나는 이 광활한 우주의 먼지의 먼지의 먼지의 먼지의…… 먼지 조차도 못 되는 존재였던 것이었던 것이다.

뭐시 중허냐고요? 중요한 것, 그런 것은 애초에 없습니다. 우리는 먼지조차도 못 되는 존재인 걸요.

 

8. 어떤 블로거

후크 선장의 돼지꼬리 수염같은 꼬불꼬불한 요상한 글씨체는 도대체 글을 읽으라는 건가 말라는 건가.

 

9. 전보람의 '그후론'

어느날 노래를 듣다가 문득 깨달은 바 있어 동친에게 주장하기를.

 

"그대는 죽을 병에 걸린 거지. 그래서 '나'를 떠난 거야. 왜냐고? 어느 늦은 가을날에 이슬에 젖은 눈동자를 하고 그대가 나를 찾아와서 기약할 수 없는 여행을 떠난다는 말을 남기고 떠났잖아. 그리고 그 후론 누구라도 그 사람을 보지 못했어. 그대는 죽은 거지."

 

마음 여린 동친은 아니라고, 이미 확신에 찬 나는 맞다고.

 

9-1.

9에 덧붙여, 오래전에 왈가왈부 했던 가사 논쟁(?).

무념무상 이소라의 '난 행복해'를 듣던 어느 날 M을 붙들고.

 

변심한 건 남자가 아니라 여자야.

너에게 이런 말하는 게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다는 게 첫번째 증거야.

다음번엔 나 같은 여자 만나지 마-가 두번째 증거고, 

넌 반드시 좋은 사람 만나 다시 사랑하고 나는 잊으라는 게 결정적인 증거야.

그 사람을 사랑하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했는데 어쩔 수 없었다- 의 주어/목적어는 '네가 그 사람을'이 아니라 '내가 그 사람을' 이었던 거지.

 

M이, 마지막 가사 '난 널 못잊어, 죽는 날까지'를 들어, 변심한 건 남자라고 했다.

나는, 헤어질 땐 원래 다들 그렇게 말해. 널 정말 좋아했어, 널 평생 못 잊을 거야. 예의상 하는 말이지.

마지막에 '죽는 날까지 사랑해-' 할 때 '사랑해'는 들릴락 말락 속삭이잖아? 양심에 찔려서 그런 거야.

M은 내 해석을 비웃었고, 억울했던 나는 이후로도 몇 년에 한번씩 생각날 때마다 이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생각난 김에 다시 M을 설득해야봐야겠다. 언제까지? 성공할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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