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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인생
- 지나가는 생각, 단편적 느낌, 잡고 싶은 찰나들
22269 bytes / 조회: 1,037 / ????.03.23 02:28
2018년 3월 23일


지난 주에 두 번 봉하마을에 다녀왔어요.

09년, 12년, 그리고 이번에 방문한 건데 갈 때마다 변화하는 모습을 확인하면서 기분이 묘하더군요. 정작 주인은 없어서인지 갈 때마다 기분이 울적하네요. 노란색 바람개비의 열이 시작되는 마을 초입에 들어설 때부터 매번 눈물이 나고.

우연인지 6년 만에 봉하마을을 찾았던 날 MB가 검찰에 출두했습니다.

언젠가도 썼지만 MB가 저지른 가장 큰 죄는 사회 정의와 법치와 사회구조의 선순환 시스템을 무너뜨렸다는 거예요. 무능보다 부패가 낫다고 외치며 대통령에 당선된 전과 14범은 11범은 이후 일베와 어버이연합을 양산하고 부정부패와 사회범죄를 저질러도 책임과 죄를 묻지 않는, 그리하여 비상식이 상식을 짓밟고 비양심이 능력이 되고 양심은 무능이 되는 사회를 방조했습니다. 그는 그 모든 과정을 오로지 자신의 주머니를 채우는 데 이용했을 뿐, 한 국가의 수장으로서 국가와 국민을 위한 그 어떤 신념도 원칙도 비전도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구속 영장 발부 속보가 떴을 때 정작 기분은 무미건조했어요. 현 정부의 수장이 원칙주의자이니만큼 원칙대로라면 구속이 당연하니까 그저 '드디어' 그런 감회만 들었습니다. 그리고 구속 수감되는 과정을 속보로 지켜보면서 내내 담담했던 마음에 균열이 간 건 그의 가족이 우는 모습이 화면에 잡혔을 때였습니다. 그래도 니 새끼에겐 좋은 아버지였나 보지, 생각하는 순간 차가운 분노가 치밀더군요.

지금까지 드러난 행적으로 보아 그의 비인간적인 멘탈이라면 앞으로도 인간의 마음으로 반성하고 뉘우치는 모습은 요원해 보이지만, 그러므로 부디 바라는 게 있다면 그토록 좋아하던 그 돈, 마지막 1원까지 환수하여 그의 마지막 가는 길에 공수레 공수거 깃발이 꽂히는 걸 보고 싶다는 거.

 

 

이명박 대통령님,

 

기록 사본은 돌려드리겠습니다. 사리를 가지고 다투어 보고 싶었습니다.

법리를 가지고 다투어 볼 여지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열람권을 보장 받기 위하여 협상이라도 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버티었습니다.

 

모두 나의 지시로 비롯된 일이니 설사 법적 절차에 들어가더라도

내가 감당하면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미 퇴직한 비서관, 행정관 7-8명을 고발하겠다고 하는 마당이니

내가 어떻게 더 버티겠습니까?

내 지시를 따랐던, 힘없는 사람들이 어떤 고초를 당할지 알 수 없는 마당이니

더 버틸 수가 없습니다.

 

이명박 대통령님,모두 내가 지시해서 생겨난 일입니다,

나에게 책임을 묻되,

힘없는 실무자들을 희생양으로 삼는 일은 없도록 해주시기 바랍니다,

기록은 국가기록원에 돌려 드리겠습니다.

 

"전직 대통령을 예우하는 문화 하나만큼은 전통을 확실히 세우겠다."

이명박 대통령 스스로 먼저 꺼낸 말입니다.

내가 무슨 말을 한 끝에 답으로 한 말이 아닙니다.

한 번도 아니고 만날 때마다, 전화할 때마다 거듭 다짐으로 말했습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에는 자존심이 좀 상하기도 했으나

진심으로 받아들이면서 '감사하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리고 은근히 기대를 하기도 했습니다.

 

그 말씀을 믿고 저번에 전화를 드렸습니다.

"보도를 보고 비로소 알았다"고 했습니다.

이때도 전직 대통령 문화를 말했습니다.

그리고 부속실장을 통해 연락을 주겠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선처를 기다렸습니다.

 

그러나 한참을 기다려도 연락이 없어서 다시 전화를 드렸습니다.

이번에도 연결이 되지 않았습니다.

몇 차례를 미루고 미루고 하더니

결국'담당 수석이 설명 드릴 것이다'라는 부속실장의 전갈만 받았습니다

우리 쪽 수석비서관을 했던 사람이 담당 수석과 여려 차례 통화를 시도해 보았지만

역시 통화가 되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내가 처한 상황을 믿을 수가 없습니다.

"전직 대통령을 내가 잘 모시겠다"

이 말이 아직도 귀에 생생한 만큼 지금의 궁색한 내 처지가 도저히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내가 오해한 것 같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을 오해해도 크게 오해한 것 같습니다.

 

이명박 대통령님,

가다듬고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기록은 돌려 드리겠습니다.

가지러 오겠다고 하면 그렇게 하겠습니다.

보내 달라고 하면 그렇게 하겠습니다.

 

대통령기록관장과 상의할 일이나 그 사람이 무슨 힘이 있습니까?

국가기록원장은 스스로 아무런 결정을 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결정을 못하는 수준이 아니라,본 것도 보았다고 말하지 못하고,

해 놓은 말도 뒤집어 버립니다.

그래서 이명박 대통령에게 상의드리는 것입니다.

 

이명박 대통령님,질문 하나 드리겠습니다.

기록물을 보고 싶을 때마다 전직 대통령이 천리길을 달려 국가기록원으로 가야 합니까?

그렇게 하는 것이 정보화 시대에 맞는 방법입니까?

그렇게 하는 것이 전직 대통령 문화에 맞는 것입니까?

이명박 대통령은 앞으로 그렇게 하실 것입니까?

 

적절한 서비스가 될 때까지 기록 사본을 내가 가지고 있으면 큰일이 나는 것 맞습니까?

지금 대통령 기록관에는 서비스 준비가 잘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까?

언제쯤 서비스가 될 것인지 한 번 확인해 보셨습니까?

내가 볼 수 있게 되어 있는 나의 국정 기록을 내가 보는 것이 왜 그렇게 못마땅한 것입니까?

공작에는 밝으나 정치를 모르는 참모들이 쓴 정치 소설은

전혀 근거 없는 공상소설입니다.

그리고 그런 일이 기록에 달려 있는 것은 더욱 아닙니다.

 

이명박 대통령님,

우리 경제가 진짜 위기라는 글들은 읽고 계신지요?

참여정부 시절의 경제를 '파탄'이라고 하던 사람들이 지금 이 위기를 어떻게 규정하고 있는지 모르지만, 

아무튼 지금은 대통령의 참모들이 전직 대통령과 정치 게임이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니라는

사실 정도는 잘 알고 계시실리라 믿습니다.

 

저는 두려운 마음에서 이 싸움에서 물러섭니다.

 

하나님께서 큰 지혜를 내리시기를 기원합니다.

 

2008년 7월 16일 대통령 노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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