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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인생
- 지나가는 생각, 단편적 느낌, 잡고 싶은 찰나들
6360 bytes / 조회: 928 / ????.04.23 22:38
비도 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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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부터 들었던 소콜로프 음반 세 장.

포털에서 검색하면 첫 페이지에 '현존하는 가장 위대한 피아니스트'라는 포스트가 뜨는데 나는 생전 처음 접하는 피아니스트. 내가 세상의 모든 피아니스트를 알아야 되는 건 아니지만 이 정도의 유명인사를 전혀 몰랐다니 의아하다.

인연이 되려고 그랬는지 (서로 아무 연관 없는)즐겨찾기 사이트 두 곳에 연이어 소콜로프 게시물이 올라왔는데 궁금하기도 하고, 또 내가 이렇게나 문화적으로 암흑기를 보내고 있나 덜컥 무섭기도 해서 본격 감상에 들어간 소콜로프.

일단 명반 중의 명반(이라고 소문난) 라흐마니노프 피협을 얘기해보면,

결론부터 말하면 아직까진 감동의 도가니탕을 못 찾았다. 이제껏 라흐마니노프 피협은 아쉬케나지, 리히터, 호로비츠를 들어봤는데 모두 손꼽히는 명반이다.

그러니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어떤 연주자가 어떻게 연주하는가에 따라 곡의 감상과 감동이 달라지는 건 물론 맞지만 이런 공식이 반드시 진리는 아니라는 것. 라흐마니노프 피협은 오케스트라 구성부를 떠나 멜로디 자체로 이미 충분히 흥행요소 충만해서 연주자를 따지는 게 무의미할 수도 있다. 비틀즈의 'Yesterday'를 조용필이 부르든 워너원이 부르든- 이랄까. 하물며 자신의 이름을 걸고 오케스트라 협연을 할 정도의 플레이어면 폭망하는 게 더 어렵다.

'예술적 재능'이 나온 김에 뱀발을 붙이자면 입이든 귀든 눈이든, 처음부터 고급에 길들여놓으면 수준이 조금만 하향해도 감각이 귀신같이 구분해낸다. 잘 하는 연주는 구분이 어려워도 못 하는 연주는 확실하게 구분이 되는 재능의 냉혹한 세계랄지. 이래저래 세상에 공짜는 없는 이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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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 <Counterpart> 시즌 1을 보고 있는 중.

2회는 유독 배경에 클래식이 많이 흐르는데 그 중 비발디의 <사계> 중 '여름'이 귀에 꽂혀셔..., 그리하여 오랜만에 종일 비발디의 '여름' 감상.

왜 '봄'이 아니라 '여름'인가 하면 마침 비도 오고, 기분도 꿀꿀하고.

<사계>의 나머지 계절이 경쾌하고 보드랍고 말랑말랑하다면 유독 '여름'은, 비유하자면, 사춘기를 통과하는 십 대의 정서 같은 게 느껴진다. 거칠고 불안하고 팔딱이는. 나름 장점이 있지만 예술에 관한한 보드라운 안정보다는 거칠고 난폭한 정서가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도끼로 얼음을 내리치고 불시에 뒤통수를 맞는 여운이랄지. 카프카가 영리한 작가라는 생각에는 여전히 변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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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일이지만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공개사이트에서 잠깐 연재를 했을 때의 일. 도입부였는데 친일을 미화한다는 항의가 담긴 댓글과 쪽지를 받은 적이 있다. 오해예요~ 해명하는 한편 기분은 썩 괜찮았는데 역사를 인식하는 의식 수준이 높구나 싶었다. 오늘 또 한 분의 위안부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이제 생존자는 스물여덟 분이라고 한다. 사과 한 마디가 그렇게 어려운가. 일본자본을 야금야금 받아먹고 일본 우익의 확성기 노릇하는 자들이 국내에 여전히 만연하니 일본 정부가 저렇게 버티는 거다. 이번주 금요일 4월 27일에 역사적인 장면이 우리 눈앞에 펼쳐질 예정이다. 그날을 기점으로 모든 어긋나고 비뚤어진 지난 역사의 장면 장면들이 제자리를 찾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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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그룹 오너 일가의 행패가 담긴 동영상 및 녹취를 보고 들으면서.

오늘날 내세를 믿는 사람들은 대개 죽음 이후 지은 죄대로 누구는 저어~기 하늘 위 천국으로, 누구는 저어~기 땅속 아래에 지옥으로 뿔뿔이 흩어진다고 믿는다. 근데 만약 여기가 내세라고 가정해보면. 그리하여 천국과 지옥은 멀리 외따로 떨어져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실은 한데 엉켜있으며 동시대에 동일 장소에 함께 존재하는 것이라면. 한달 생활비를 충당할 수 없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세모녀가 살았던 곳은 지옥이고, 평생을 호의호식하면서 직원들을 노비처럼 부리는 조씨 일가가 사는 곳은 천국이라면.

철들 무렵부터 지금껏 내가 한결같이 일관되게 혐오하는 것은 사람 위에 사람 있고, 사람 아래에 사람 있다는 선민의식이다.

신은 과연 주사위를 던지지 않는가. 신만이 알 일.

 

 

*새벽 2시 감성도 아닌데 왜 이리 중2병이 낭낭한 글이 나왔을까요. 문투를 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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