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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인생
- 지나가는 생각, 단편적 느낌, 잡고 싶은 찰나들
6137 bytes / 조회: 1,100 / ????.05.03 00:49
살까 말까 고민될 땐


1. 

살까 말까 살까 말까 살까 말까... 무한반복은 결국 '갖고 싶은' 욕구의 강한 긍정.

근래 이렇게 치열하게 고민했던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

나를 고민에 빠트린 건 열린책들 30주년 기념 에디션 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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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를 다 갖고 싶은 건 아니다. 의외로 출판사 전집엔 그닥 욕심이 없는 편.

12권으로 구성된 세트에서 가지고 있지 않은 심농, 고리키, 볼라뇨 세 권은 지난주에 쿨하게 주문했는데 막상 책을 받아놓고 보니 뒤늦게 지름신이 왔다. 지르고 싶은 가장 결정적인 요소는 '합본'이라는 점. 그렇다. 나는 양장, 벽돌 성애자인 것이다. 사고 싶은 책은 도끼옹의 <죄와 벌>.

나는 이 소설을 초5 때 처음 읽었고 고등학생 때 한 번 더 읽었다. 집에 책도 있다. 하필 열린책들 판이다.

사지 않을 이유는 '같은 책을 이미 갖고 있다'는 것이고,

사야할 이유는 '합본', '상대적인 가성비', '기념판본 한정'이라는 것.

고민은 택배 배송을 늦추는 것일 뿐이라던데.

엎친데 덮쳤달지 결정장애에 도움을 얻을까 싶어 블로그 검색 중에 우연찮게 <장미의 이름> 번역이 3차 개정을 거쳤다는 정보도 주웠다. 내가 가지고 있는 <장미의 이름>은 2002년 출간본인데(첫번째 개역) 이후 두 번 더 개역했다고 하니 아마도 최종 개역본일 <장미의 이름>이야말로 사야될 책이었던 것. <죄와 벌>이 문제가 아니었던 거다.

그리하여 두 권 다 샀다.

어느 블로거가 기존 열린책들 책과 기념판 책을 나란히 찍은 사진 아래에 덧붙인 '나 미친 거 맞다'가 너무너무 절절하게 이해가 가는 순간.

있는 책을, 같은 출판사의 같은 역자의 것으로 중복 구매했으니 나는 의미그대로 '정말 비싼' 책을 샀다.

사도 후회 안 사도 후회면 사고 후회하는 게 낫다. 2년 된 기념판 세트를 낱권으로 푼 걸 보니 어차피 재고정리 수순이 아닌가 한다. 나중에 품절(이라고 쓰고 절판) 뜨고 땅을 치는 것보단 낫다.

 

2.

맨날 하는 그 다이어트 또 한다. 목표는 언제나처럼 미용 몸무게. 일명 연예인 몸무게.

딱 한 달 이상 두 달 미만만 할 것임.

 

3.

요즘 국내 로맨스 소설의 경향이 궁금해서, 연재든 단행본이든 이 장르를 안 읽은 지 10년은 된 것 같네요;;;,

다 읽을 수는 없고 그중 평점이 좋은 베스트셀러 두 편을 읽었는데 일단 소설의 9할이 캐릭터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 눈에 띈다. 나머지 1할은 사건. 캐릭터에 의한 캐릭터를 위한 캐릭터 소설의 전형적인 패턴으로 서브장르의 장점이자 미덕.

그러니까 주인공 남녀의 성격과 대화가 플롯 전반을 끌고 가는 것인데 등장인물이 사고를 치면 그것이 하나의 플롯이 되는 식이다. 남주의 설정이 바람둥이라고 해보자. 바람둥이가 가지는 성격적인 특성이 있는데 이런 특성이 여주와의 사이에 갈등과 오해를 만들고(=플롯) 이 과정이 이야기의 발단전개절정위기(서사)가 되는 것이다. 갈등 해소의 결말은 물론 '사랑'이다. 로맨스소설에서 여주와 사랑에 빠진 남주는 더 이상 바람둥이가 아니므로, 즉 남주의 성격이 변했기 때문에 그 시점에서 이야기도 결을 맺는다. 요약하면 ① 캐릭터 중심 소설에서 플롯을 주도하는 건 사건을 일으키는 인물의 성격, ② 캐릭터의 성격을 가장 잘 드러내는 수단은 대사, ③ 대사가 열일 하기 때문에 서술은 거의 역할을 안 한다.

이런 방식은 연극에 빗댈 수 있는데, 그러니까 평면 무대에 배우가 등장해서 대화를 나누고 관객은 배우의 몸짓과 대사로 극을 이해하는 것과 같다. 

 

+곁다리

김훈, 박경리의 소설은 영화에 해당한다. 성격은 부차적인 요소이고 등장인물을 둘러싼 배경이 주도적으로 플롯을 이끄는데 이 배경이 끊임없이 전환되면서 주동인물과 반동인물의 역할이 고착화를 벗어나 관계가 때로 전복되고 때로 반전된다. 그 과정에서 캐릭터의 성격은 입체적으로 진화하고 서사는 다면적 복선적 구조를 형성한다. 이런 서술 방식은 독자로 하여금 인물 자체가 아닌 인물의 역사를 통해 이야기를 이해하게 한다. 예로 내가 무척 예뻐라하는 몽치와 모화를 소환해본다(박경리 '토지'). 흔치 않을 뿐더러 너무나 매력 넘치는 인물이라 작가님이 몽치와 모화로 단행본 하나 내주셨어도 좋았을 걸 늘 아쉽고 안타깝다. 음. 몽치- 하니 김환이 보고 싶구나. 환아 별당아씨와 행복하니?..............기승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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