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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650 bytes / 조회: 1,089 / ????.06.11 11:37
욕은 하지 말았으면 한다


 

지난 대선 때 이른바 ‘이재명 욕설파일’의 존재에 대해 알았으나 듣지는 않았습니다. 그의 성장 과정에 대해서는 이 사람 저 사람에게서 꽤 많이 들었기에, 그의 말씨에 새겨진 상처를 굳이 확인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중학교 때 친구들을 만나면 중학생의 언어로 말하고, 고등학교 때 친구들을 만나면 고등학생의 언어로 말하는 건 흔한 일입니다. 누구나 자기 차 안에서 드러내는 인격과 공공장소에서 드러내는 인격이 다르고, 예비군 훈련장에서 보이는 언행과 면접시험장에서 보이는 언행이 다릅니다. 그가 어려서부터 다른 가족 구성원들과 어떤 관계를 맺었는지, 그가 가족 관계에서 받은 스트레스가 어느 정도인지 알지도 못하면서, 욕설만으로 그의 인격을 판단할 수는 없다고 보았습니다. 이번에도 여러 사람이 제게 문제의 ‘욕설파일’을 전송해 줬지만, 역시 듣지 않았습니다. 자한당이 해당 파일을 공개했을 때에도 “역시 자한당답다”고 생각했을 뿐입니다. ‘교양 없다’, ‘상스럽다’, ‘‘막 돼 먹었다’는 금수저가 흙수저를 공격할 때 늘 쓰던 말입니다. 제가 보기에 그의 ‘욕설파일’은, 본질상 ‘연예인 성관계 몰카 유출본’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가 큰 정치인이 되려면, 성장 과정에서 입은 상처를 스스로 치유하고 그 결과를 ‘평균적 시민’들에게 보여주어야 했습니다. 정치인은 ‘이해받는 사람’이 아니라 ‘이해하는 사람’이어야 하니까요. 치유되지 않은 상처를 가진 사람은 선명해 보이기는 하나 따뜻해 보이지는 않습니다. 이건 ‘평균적 시민’의 지지를 얻어야 하는 정치인으로서는 심각한 결함입니다. 또 자기 상처를 치유, 극복하지 못한 사람이 시민들을 보살핀다는 것도 어불성설입니다. 그럼에도 ‘욕설파일’과 관련한 그의 해명은 ‘평균적 교양’을 가진 사람들을 이해시키기에는 한참 미흡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그는 이 문제에 대처하는 방식에서도 상처 입은 자의 지나친 공격성을 얼핏얼핏 보여 줬습니다. 

 이재명씨는 과거에도 자기를 비난한 네티즌을 고소한 바 있습니다. 그때는 일베 회원을 고소했으나, 이번에는 그 반대쪽에 있는 사람을 고소한 게 다를 뿐이죠. 과거 이재명씨가 일베 회원을 고소했을 때 많은 사람이 찬사를 보냈지만, 그때에도 저는 이재명씨가 품이 넓은 정치인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점은 그의 장점인 동시에 한계라고 봤습니다. 열혈 지지자를 모을 수 있다는 게 장점이고, 지지 기반을 넓히기 어렵다는 게 단점입니다.

 SNS상에서 ‘혜경궁 김씨’라는 별명으로 알려진 ‘정의를 위하여’라는 트위터 계정으로부터는 지난 대선 때 몇 차례 멘션을 받은 기억이 있습니다. 내용은 다 잊었으나 매우 불쾌하고 모욕적이었던 느낌만은 아직 간직하고 있습니다. 최근 이 계정의 주인이 쓴 글들을 보곤, 그 지독한 패륜성에 참기 어려운 혐오감을 느꼈습니다. 그 글들은 ‘사생활 자료’가 아니라 분명한 ‘공적 자료’였습니다. 그의 글들은 민주주의와 상식, 양심의 정 반대편에 있었습니다. 많은 시민들이 ‘정의를 위하여’라는 트위터 계정과 이재명씨 사이에 긴밀한 관계가 있으리라고 의심하지만, 이재명씨는 그 의심을 불식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인상조차 주지 못했습니다. 대중적 '의심'을 대중적 '확신'으로 만든 책임의 대부분은 이재명씨 자신에게 있습니다.

 김부선씨 관련설은 이미 지난 대선 때 접한 바 있습니다. 그때는 반신반의했으나, 지금은 의심할 여지가 별로 없다고 봅니다. 그런데 저는 양자 관계의 기본 성격을 ‘유부남인 줄 안 뒤에도 만났다’와 ‘돈 한 푼 받지 않았다’라는 김부선씨의 발언에서 유추했습니다. 기본적으로 양자, 또는 삼자(이재명씨 부인을 포함해) 사이의 ‘사적’ 관계가 ‘사회화’한 경위에 대해서는 아직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많습니다. 그럼에도 이재명씨가 이 문제에 대처하는 방식은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고 봅니다.

 이재명씨는, 민주주의 발전과 평화체제 정착을 바라는 시민들에게 대단히 풀기 어려운 문제를 던져 놓았습니다. 누가 ‘차악(次惡)’이냐를 골라야 하는 건 참으로 고약한 일입니다. 이재명씨가 이들 의혹을 해소하지 않은 채 묻어두는 건, 자기 앞길에 엄청난 양의 지뢰를 묻어두는 것과 같습니다. 이들 의혹이 자기 주변에 묻혀 있는 한, 그는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을 겁니다.

 어느 쪽으로부터도 환영받을 수 없는 주장을 펴는 건 바보짓입니다. 이 글을 올림으로써 이재명씨 지지자와 반대자 양측 모두로부터 엄청난 인신공격에 시달리게 되리라는 거, 잘 압니다. 저도 사람인지라 수백 수천 개의 욕설 멘션 받으면 기분이 나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이런 바보짓을 하는 이유는, 시민사회가 이 문제를 다루는 방식이 향후 민주정치 전개에 시금석이 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이재명은 절대로 안 된다. 차라리 남경필 찍겠다.”는 사람들의 마음은 이해하나, 남북 교류 협력 시대의 관문이 될 경기도를 자한당 통제하에 두는 건 극히 위험하다고 봅니다. 남북 평화체제가 정착하기까지 향후 몇 년은 사소한 문제도 큰 문제로 비화할 수 있는 위험한 시기입니다. 남경필씨는 “경기도의 아들 남경필이 대한민국의 딸 박근혜를 지켜내겠습니다.”라고 외쳤던 사람입니다. 그는 이명박 박근혜의 사람입니다. 그에게도 대통령이 되려는 야심이 있을 것이고, 남북관계가 어떻게 돼야 자기에게 유리한지도 당연히 알 겁니다. 그의 승리는, 그가 소속된 ‘집단’의 승리입니다. 이 집단이 한국 사회의 ‘도덕성’ 일반에 미친 파괴적 영향은, 이재명씨 개인의 도덕성과는 심급(審級)이 다른 문제입니다. 

 게다가 남경필씨가 당선된다면, 곧바로 ‘전쟁공포에 기생해온 세력’의 새 구심점이 될 겁니다. 지리멸렬한 상태에 있던 평화 반대 세력이 남경필씨를 중심으로 재건되어, 그를 둘러싸고 그의 행보를 좌지우지할 겁니다. 남경필씨가 지금은 남북 화해 협력에 전향적인  듯한 모습을 보이지만, 자기 핵심 지지층이 전쟁공포에 기생해 온 세력인 한 그런 태도를 계속 견지할 수는 없을 겁니다. 그가 어떤 계산으로 자한당에 '재입당'했는지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더불어민주당은 후보 공천 기준과 방식, 공천 취소 절차 등을 전면 재정비해야 할 겁니다. 시민사회는 이번 일이 ‘일회성 사건’이 되지 않도록 감시와 압박을 지속해야 할 거고요. 

 이재명씨 앞길이 지뢰밭이라는 건 이제 그 자신도 알고 시민들도 압니다. 앞으로 이재명씨가 자기 앞길에 묻힌 지뢰를 제거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그 자신에게 달려 있습니다. 민주 시민과 함께 가는 길에는, 상식과 양심을 우회하는 다른 길이 없습니다. 상식과 양심에서 벗어나는 순간 낭떠러지를 만날 뿐입니다. 상식과 양심을 가진 민주 시민들을 충분히 납득시키지 못하는 한, 그는 다음 여정(旅程)을 시작할 수 없을 겁니다. 한국의 민주 시민은 대통령도 끌어내린 사람들입니다. 저는, 민주 시민의 상식과 양심을 믿습니다.    

 

출처. https://www.facebook.com/wooyong.chun/posts/2009251919147087?notif_id=1528634811651857&notif_t=feedback_reaction_generic

 

웹상에 넘쳐나는 온갖 수많은 글 중 그나마 공감이 가서 퍼온다.

지난 대선 민주당 후보 경선 때 실망한 이후 정치인 이재명에겐 더이상 기대가 없다. 그리고 이번 지방선거 과정에서 터져나오는 얘기들 - 정확하게는 그에 대한 당사자의 대응을 보면서 자연인 이재명에 대해서도 기대가 없다. 하긴. 자연인 이재명이 나쁜놈이든 못된놈이든 이상한놈이든 나랑 무슨 상관이겠느냐만은.

 

실검에 배우 김부선의 딸 이미소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사실 나는 이 무명이라면 무명인 배우를 좋아한지 좀 됐다. 주변에 '이미소 넘 예뻐, 이미소가 배우로 성공했으면 좋겠어, 너무 아까워' 왕왕거리면 주변에선 십중십 '그게 누군데?' 묻는다. 내 눈에는 너무나 예쁜 배우인데. 예쁘고 단단하고 와중에 여리고. 그래서 인스타도 가끔 찾아보고, 제대로 배역 맡아서 인지도 올려줄 작품 하나 해줬으면 기다리고 있는 배우다.

 

오늘 그녀의 인스타 장문을 읽으면서 마음이 아팠다. 아마 늙어가는 엄마를 가진 딸이라면 누구라도 공감하지 않을까.

 

선거가 잘 되길 바라는 혹자들은 그녀들 - 공지영, 김부선, 이미소의 목소리가 거슬리고 꼴보기 싫을 수도 있다. 안다. 하지만 그녀들에게 욕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시쳇말로 그녀들이 무슨 힘이 있나. 기껏해야 "나 살아있소" 목소리를 내는 정도가 전부인데 그것마저 하지 말라는 건, 그것이말로 그들이 꿈꾸는 민주주의 이상과도 어긋날 터다. 내 가는 길에 떨어져 있는 볼품없고 조그만 돌부스러기조차도 허용할 수 없어 기어이 길 밖으로 차버려야 속이 후련한가. 무엇을 위해 후보를 지지하고 선거를 치르는지 본질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란다지만 그 피가 내 앞길 방해하는 힘없는 목소리는 아닐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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