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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인생
- 지나가는 생각, 단편적 느낌, 잡고 싶은 찰나들
7528 bytes / 조회: 902 / ????.04.07 17:42
이런저런 쓸데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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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인가, 앨런 무어의 왓치맨이 11년 만에 새번역의 옷을 입고 재단장하여 나온다는 소식을 들었다.

정확하게는 텀블벅 펀딩 소식이었는데 솔직히 이해가 안 갔던... <왓치맨>이면 펀딩 같은 거 안 해도 부수 확보에 아무런 무리가 없을 텐데 왜 번거롭게? 가 제일 처음 떠올린 생각이었다. 펀딩 예약자 특전인 '둠스데이 클락 커버 이슈'가 좀 끌리긴 하는데 그렇다고 확 당기는 것도 아니고, 결국 출간되면 사지뭐 했다.

그리고 오늘.

이제쯤 책이 나왔을텐데 싶어 온라인서점을 뒤졌는데 책이 안 보인다! 설마 펀딩 예약 부수만 뽑았나? 뒤늦게 놀라서 급검색하니 시중 서점엔 4월 말에 풀리고 펀딩 예약자는 이삼일 전부터 책을 배송받은 것 같다. 책을 받았다는 후기를 보니 나도 펀딩에 참여할 걸 그랬나 때늦게 새벽두시구남친 감성에 빠질 뻔도 했으나, 반전, 배송 상태 불량으로 손상된 책을 받았다는 후기가 많은 걸 보고 다시 안정을 되찾음. ..., 근데 출판사 정신 있나? 소장본인데 포장을 어떻게 했길래;;;

 

그와중에 미개봉 소장용 그래픽노블을 권당 1천원에 직거래로 거래한다는 판매글을 우연히 발견. 무려 부산이다. 글이 등록된 날짜는 3월 중순. 얼른 확인했으나 당연한 얘기지만 이미 남아 있는 책이 없다. 세어 보니 대충 100여 권 정도. 진작 봤으면 달려가서 전권 일괄구매하고 끌어안고 왔을 텐데... 아, 아까비... 우엥 아깝다...... 앙 아까워...... 아까워서 속이 터짐......ㅠㅠ

 

 

 


 

 

 

솔직히 나는 판공성사에 부정적인데,

고해소가 365일 거의 늘 열려 있으며, 매주말 미사 전례 중에 고해를 하는데 굳이 1년에 두 번 의무적으로 판공성사를 하는 의미를 찾을 수가 없다. 그렇다고 이 제도가 가톨릭이 고수하는 전통도 아닌데 굳이 우리나라 교단만 이걸 고집하는 이유를 알 수가 없다. 까놓고 평범한 소시민이 살면서 죄를 지으면 얼마나 짓겠는가. 기껏해야 지인을 향해 나쁜 생각 나쁜 마음을 가졌다거나 부모형제에게 잘하지 못했다거나(...여기까지는 인간사), 신앙생활을 소홀히 했다는 정도일텐데. 간혹 정말 마음의 짐을 지게 되더라도 그때그때 바로 고해성사를 하지 일부러 판공 기간까지 기다리지는 않을 터, 공소는 많고 사제는 부족하던 시기엔 필요한 제도였으나 시대가 바뀐 지금 본래 의의는 사라진지 이미 오래고 다만 냉담자를 분류하는 것 말고는 의미가 없으니 참 소모적인 제도라는 생각이다.

 

몇 년 전 주교회의에서 판공 의무를 2년으로, 그 시기는 굳이 사순절과 대림절로 강제하지 않는 것으로 비교적 완화하였다. 나는 17년에 성탄 판공을 하고 이번에 부활 판공을 했으니 1년 4개월 만에 한 것이다. 혹시나 해서 찾아보니 그 사이 변경됐는지 판공 의무가 3년이라는 내용이 보인다. 나중에 다시 내용을 찾아봐야겠다.

 

왜 뜬금포 판공 얘기인가 하니, 영성체를 한 이래 이번에 처음으로 전체판공성사에 참석했다. 어쩌겠나. 조직이 유지되는 근간은 제도에 있는 것을. 여하튼 전체판공은 처음인데 미사 전에 대기하느라 마음 졸이지 않아도 되니 좋았다. 근데 어르신들이 참 신부님 말씀 안 듣더란...;

그리고 판공 끝내고 성당을 나서면서 급하게 물어볼 게 있어 M에게 전화했는데 '전원이 꺼져있으니 소리샘으로'가 들려온다. 잘못 들은 줄 알고 두 번이나 재발신을 눌렀는데 정말 전원이 꺼져있다. 막 고해성사를 보고 보속받아 새하얀 상태가 되었는데 M 때문에 5분도 안 되어 죄인이 될 뻔 했다.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걸 간신히 누르고 진정하고... 밤에 M과 통화가 되어 '나한텐 네가 바로 사탄이다' 했더니 웃는다. 웃음이 나오냐!

 

 

 


 

 

 

오거서에서 수다를 끄적이던 중 詩「즐거운 편지」중 한 구절을 패러디하려는데 와중에 시인 이름이 암만해도 떠오르질 않는 거다. 자꾸 황지우만 떠오르고. 결국 검색의 힘을 빌려 찾긴 했는데 검색어가 '황순원의 아들'이었다. 갑자기 급회의가 밀려온다...71.png

시인 황동규를 내게 알려준 이는 구남친이다. 방학 동안 집에 갔다 왔더니 손글씨로 쓴 '즐거운편지'를 내밀었다. 어디 뒤져보면 있을 텐데. 내가 좋아 죽겠다고 천년의사랑처럼 굴던 구남친은 故최무룡 배우님이 남긴 최고의 명언을 남기고 갔다. 당시엔 황당하고 어이가 없었는데 그것도 시간이 지나니 좋았던 추억으로 남았다. 돌이켜봐도 멋모르고 철모르던 시절임에도 제법 괜찮았던 연애를 했구나, 내가 대견하다.

 

(…)

미인이 절벽 쪽으로

한 발 더 나아가며

내 손을 꼭 잡았고

나는 한 발 뒤로 물러서며

미인의 손을 꼭 잡았다

한철 머무는 사람에게

서로의 전부를 쥐여주던 때가

우리에게도 있었다

 

 

- 박준「마음 한철」 


 

 

 


 

 

 

지구촌

어딘가에서는 히잡을 벗기 위해 목숨을 걸고

또 어딘가에서는 나랑 같이 히잡을 쓰자고 악을 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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