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재미있는 기사를 봤다.
일단 기사 내용이 출처로 삼은 곳은 트위터. 그러니까 트위터발인데 내용은 다음과 같다.
트위터 캡처 화면의 제일 아래 세 줄 - 봉 감독의 답변이 핵심.
그러니까 인터뷰어가 한국 영화가 아카데미에 노미네이트된 적이 없는 것에 대해 묻자 봉 감독의 답변은 '뭐 좀 이상하긴 해도 별거는 아니지. 오스카는 지역 행사지 국제 행사는 아니잖아.'
그리고 봉 감독의 답변에 '그러네, 오스카는 미국인들 잔치였네!' 리트윗에 실린 멘붕 섞인 자조가 재미있다. 미국인의 것이 세계인의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비단 미국인 뿐이겠는가. 중화사상을 가진 중국인들은 제외하기로 하자.
인간은 자신이 당연하게 생각하고(관념) 입을 통하여 말하는 것들(개념)에 관하여 거의 대부분 절반만 이해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운이 좋으면 어느날 누군가의 의해 나머지 절반의 이해를 채우는 기회가 오기도 하는데 나한테 이런 역할을 하는 인물은 주로 M이다. 사실 M이 전담이라고 해도 무방한데 주로 M이 내게 개념을 되묻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최근 두 달째 이슈인, 그래서 이제 무척 익숙해진 용어 '사모펀드'의 예를 들어보면, 내가 M에게 "조국이… 조국부인이… 사모펀드가… 5촌 조카가…" 떠든다. 그러면 가만히 듣고 있던 M이 "사모펀드가 뭔데" 묻는다. "사모펀드가 뭐냐면, 개인 투자자들을 모아서 상품에 투자하는 건데, 음,…" 그리고 뒤늦게 인터넷을 뒤진다. 사모펀드가 대체 뭐지? 그래서 뭐가 문제지?
개념을 중요하게 여기는 대표적인 인물을 한 명 꼽자면 바로 유시민 작가다. *내겐 노무현재단 이사보다는 작가가 더 가까우므로 앞으로도 계속 작가라고 부르는 걸로.
유시민 작가의 강연이나 토론 혹은 짧은 대화를 들어보면 개념의 1차 정의에 아주 진중하고 엄격한 태도를 읽을 수 있다. 사안에 따라 살짝 강박적으로 느껴질 때도 있는데 얼마전 JTBC 긴급토론 때 그런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과거 정치인이었으며 현재 작가이자 인플루언서이며 시민재단이사장인 위치가 이유일 수도 있고, 훨씬 이전에 문청이었던 시절이 그런 습관을 들이게 했을 수도 있고, 그냥 태어나길 활자에 벽(癖)을 가진 양반이었을 수도 있고. 유시민 작가가 개념을 똑바로 이해하고, 개념을 적확하게 사용하는 것을 그토록 중요시 여기게 된 배경을 나로선 알 수 없으나 어쨌든 본받아야 될 태도인 건 분명하다. 특히. 기자. 언론.
적당히 아는 건 쉽다. 하지만 제대로 아는 건 어렵다.
요즘 더더욱 유시민, 김어준과 동시대를 살고 있는 것이 참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