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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인생
- 지나가는 생각, 단편적 느낌, 잡고 싶은 찰나들
6560 bytes / 조회: 786 / 2019.10.17 19:00
plan is plann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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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스타벅스. with S.

S에게 미리 선포했다.

"책 한 권 완독하고 올 거야. 최소 두 시간 예상하고 있어. 너도 패드나 뭐 시간 때울 거 준비해."

아예 벤티를 주문하고, 준비해간 텀블러에 덜고, 만반의 준비를 끝냈다. 자, 이제 책 읽자!!!

그리고 조금 후...

S가 짜증을 내기 시작한다.

"너무 시끄럽지 않아?"

"…그래, 시끄럽긴 하다."

그때까진 의식하지 않아서 몰랐는데 막상 의식하니 정말 시끄럽다.

소음공해 수준. 굴삭기 소리라는 80-90db 정도이지 않을까.

결국 두 시간은 커녕 실내에 자리잡고 앉은 지 30분 만에 일어섰다.

난 상관 없지만 나 땜에 일행이 굳이 소음을 견딜 이유는 없다.

돌아오는 길, S에게 그 짧은 동안에 읽은 단편 얘기를 들려주었다.

 

한 정신병원에 철석같이 스스로를 옥수수라 믿는 남자가 있었다. 오랜 치료와 상담을 통해 자신이 옥수수가 아니라는 것을 겨우 납득한 이 환자는 의사의 판단에 따라 귀가 조치되었다. 그러나 며칠 되지도 않아 혼비백산 병원으로 되돌아왔다.

"아니, 무슨 일입니까?"

의사가 물었다.

"닭들이 나를 자꾸 쫓아다닙니다. 무서워죽겠습니다."

환자는 몸을 떨며 아직도 닭이 자기를 쫓아오는 것은 아닌지 두려워하면서 연신 뒤를 돌아보았다. 의사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안심시켰다.

"선생님은 옥수수가 아니라 사람이라는 거, 이제 그거 아시잖아요?"

환자는 말했다.

"글쎄, 저야 알지요. 하지만 닭들은 그걸 모르잖아요?"

 

-  pp.113-114, '옥수수와 나', 김영하 /『오직 두 사람』中

 

재밌지? 재밌지? 나는 숨넘어가게 깔깔 웃고, S는 아재 개그라며 심드렁하고.

작가가 아재는 아재지.

독창적이고 신선한 얘기는 아니지만 어디서 들은 것 같은 얘기, 낯익은 얘기를 처음 듣는 것처럼 재미있게 푸는 재주야말로 작가의 미덕 아니겠는가. 김영하의 소설은 오랜만인데 예전의 블랙유머 넘치던 글감이 아직도 안 죽었구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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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금요일. 스타필드 고양점. with M.

뉴욕에서 손님이 오셔서 숙소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만나 점심을 먹고 M과 합류한 뒤 일산에 지인을 보러 가는 길에 스타필드에 들렀다. 그런데 정작 스타필드에 가서 한 거라고는 이트레이더스에서 와인이랑 복숭아랑 산 게 전부. 아, 진짜 환장타임.

내가 억울해하니 M이 주차장에서 차 빼는 동안 입구로 올라가서 사진이라도 찍으라고 한다. 찍겠냐? 71.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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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보틀 돌체 비앙코.

애들입맛인 내가 좋아하는 모스카토 와인인데 1+1이라니 안 살 이유가 없다.

 

-

 

원래 약속 일정이 잡힌 건 토요일이었다. 잘됐다 싶었다. 간 김에 서초집회에 참석하고 오면 되겠다 했다. 그런데 금요일로 일정이 변경되었고 그럼 예술의전당에서 매그넘展을 보고 와야겠다 했는데 이번엔 M과 일정이 안 맞았다. 내가 애석해하니 M이 서울에 또 오라고. 또 오겠냐!

 

이래저래 일정이 바뀌는 바람에 종일 어수선했던 지난주말이었다. 새벽일찍 출발해서 저녁 늦게 돌아온(새벽 1시 도착) 하루일정이었는데 저녁 9시쯤 서초 법원길 앞을 지나오면서 오만 감정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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