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를 메르스 쯤으로 생각했던 지난 연말연초를 지나 대유행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하던 2월 말에 엄마가 귀국하고 4월 중순에 이모가 뒤이어 귀국했다. 귀국 당시엔 11월이나 12월에 다시 출국하려던 계획이었으나 이 계획은 가을을 지나며 물 건너 갔다.
재미있달지 슬프달지 2월 말에 귀국한 엄마는 자가격리 과정이 없었으나 4월 중순에 귀국한 이모는 보름 간 자가격리를 거쳐야 했다. 트럼프 행정부에 분기탱천한 이모는 트럼프는 절대 재선 못한다고, 끝났다고(It's over)- 완고하게 공언했다. 두 분 귀국 전에 마스크 보낼까요, 했더니 여긴 마스크 쓰고 돌아다니면 총 맞아 죽는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당시엔 도시 괴담 정도로 흘려들었는데 이후 코로나의 확산과 함께 물밀듯 들려오는 소식들로 서양 세계의 마스크 혐오를 실시간 확인하게 된 건 말그대로 희비극이었다. 아, 휴지 얘기도 빼놓을 수 없다. 엄마한테 휴지를 왜 사모으냐고 물었더니 엄마도 예전부터 그게 궁금했다고, 뭔가 사회에 재난에 준하는 큰 일이 발생하면 이 나라는 휴지부터 사서 잰다는 거다. 이유는 모르지만 휴지 사재기 역사가 오래된 건 분명하다고 하니 우리는 알지 못하는 사회 역학적인 뭔가가 있는 모양.
엄마한테 귀국할 때 타이레놀 좀 챙겨오시라고 했더니 타이레놀과 애드빌을 골고루 사오셨는데 이미지는 그 중 내가 챙겨온 것들. 타이레놀을 선호하는 나와 다르게 엄마는 애드빌을 선호해서 애드빌은 PM 1개만 챙겼다.
타이레놀과 애드빌은 성분 차이가 있는데 타이레놀 주성분은 아세트 아미노펜, 애드빌 주성분은 이부프로펜으로 타이레놀은 진통해열제, 애드빌은 소염진통제로 구분하면 편하다.
먹던 타이레놀이 좀 남아서 챙겨온 그대로 서랍장 안에 넣어뒀는데 이틀 전부터 감기 기운이 느껴지더니 어제 슬슬 아프려는 기미가 보여 드디어 새 통을 뜯었다.
코로나 시대 집콕의 잉여력을 발휘해 360도 액션캠 필로 찍어봤다.
유통기한이 있지만 그런 거 신경 안 써서 형식적으로 확인만 한다. 앞서 먹었던 타이레놀도 exp가 13년이었다.
많이 안 아플 땐 한 알, 심할 땐 두 알 먹는데 약효가 대충 6시간 정도 가는 것 같다. 나는 원래 약효, 효능 이런 거에 둔감한 체질인데 예전에 효과를 본 이후 우리집 상비약인 타이레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