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는 사람, 聽者, listener > 달콤한 인생

본문 바로가기
Login
NancHolic.com 감나무가 있는 집 Alice's Casket 비밀의 화원 방명록
감나무가 있는 집
달콤한 인생
- 지나가는 생각, 단편적 느낌, 잡고 싶은 찰나들
3471 bytes / 조회: 1,076 / 2021.04.24 00:34
듣는 사람, 聽者, listener


책은 늘 꾸준히 사고 있지만 그와 별개로 계절을 앓듯 발작적으로 책을 사고 싶을 때가 있다.

이 책도 읽고 싶고, 저 작가도 읽고 싶고... 

이럴 땐 문자 그대로 무아지경으로 장바구니에 쓸어담는다. 막 쓸어담는 배경의 지분은 전작주의가 가장 크다. A작가의 책을 읽어야겠다 싶으면 그 작가의 책을 모조리 담는데 문제는 그 작가가 다작을 하는 경우.

 

책 정리를 하면서 새삼 놀란 건 고종석과 정여울이 엄청난 다작이라는 거. 책장을 뒤지다 보면 더 나올지 모르겠지만(직전에도 한 권 발견했다) 현재 고종석만 총 23권이다. 이 양반은 무슨 일인지 지난 12년, 17년 대선 때 안철수에게 콩깍지가 씌어서는 엇박자를 타더니 17년 대선 직후 절필 선언을 하고, 새 글은 안 나오지만 과거 책들이 새 장정을 입고 재간되고 있다. 언급한김에 궁금해서 오랜만에 찾아보니 그간 절필선언을 접으셨나 봄. 최근작을 잠깐 훑어 보니 이 양반, 인지부조화의 늪에 단단히 빠진 걸로 보인다. 소위 지식인이 인지부조화에 빠지면 답도 없다. 광신도는 귀여운 수준. 괜히 근황을 찾아봤다. 이 양반은 그냥 그러려니 앞으로도 계속 관심을 끄는 게 내 정신건강에 이롭겠다. 한때 즐겨읽던 작가들이 다들 왜 이러는지...

 

사흘째 책 정리의 늪에서 헤매다 심란해진 김에 M에게 전화했다.

M은 눈코입이 달린 벽(the wall)과 마찬가지여서 수다를 빙자한 혼잣말을 늘어놓기에 이상적인 청자다. 즉 M은, 어쩌고저쩌고 온갖 말을 쏟아낸 후 이성이 돌아오면 지붕킥을 하는 흑역사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고마운 청자다. 게다가 열정에 싸여 숨도 쉬지 않고 줄줄줄 말을 뱉는 사이사이 '듣고 있어?' 확인하면 그 때마다 M은 성실하게 '듣고 있다' 대꾸도 해준다. 물론 여기서 '내가 방금 뭐라고 했는데?' 라고 묻는 짓은 하지 않는다. 그건 이상적인 청자에게 예의 없는 짓이다.

 

가끔 M이 묻는다. 그렇게 말하면 입 안 아프냐고. 그럼 난 대답한다. 아플 일이 뭐가 있겠냐. 입술만 움직이면 되는데. 하나도 안 아파. 걱정마. 또 가끔 M이 묻는다(생각해보니 요즘은 안 묻는다) 너 잘 때 입 벌리고 자지. 그럼 나는 정색한다. 아니-이? 

 

이상적인 청자의 부작용도 있다. 입으로 다 뱉어내고 나면 손으로 쓸 글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아, 이건 홈에 쓸 얘긴데. 입이 나불나불하는 동안 머리속에서 그런 생각이 스친들 이미 글은 혀를 타고 빠져나간 뒤다.

 

그러니까 결론은,

요즘 책값은 도대체 왜 이렇게 비싼 거냐고...ㅠㅠ

도서정가제 하면 책 가격이 저렴해진다면서요.

도대체 언제요?

게다가 툭하면 품절, 절판이고.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고 해외 다른나라처럼 가벼운 페이퍼백을 만들어달라는 사람들을 보면 화딱지가 난다. 

그런다고 시장 가격이 떨어지겠냐. 책 질만 떨어지지.

 

* 댓글을 읽거나 작성을 하려면 로그인을 해야 합니다.

Total 643건 7 페이지
달콤한 인생 목록
번호 제목 날짜
553 Final Offer (TIME ASIA) 21.06.30
552 이러고 산다 21.06.17
551 잠깐 근황 21.06.04
550 조국의 시간 21.05.30
549 환장 모먼트 21.05.22
548 Smooth like butter(+++) 21.05.21
듣는 사람, 聽者, listener 2 21.04.24
546 책장 정리 사흘째 21.04.23
545 책장 정리 시작 (+ 4.22) 21.04.21
544 분노도 열정이 필요하다 2 21.04.20
543 같이 웃어요 21.04.15
542 신변잡기 8 21.04.08
541 I knew something like this would happen 21.04.07
540 금요일 맑음 2 21.04.02
539 올만에 잡담입니다 4 21.0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