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늘 꾸준히 사고 있지만 그와 별개로 계절을 앓듯 발작적으로 책을 사고 싶을 때가 있다.
이 책도 읽고 싶고, 저 작가도 읽고 싶고...
이럴 땐 문자 그대로 무아지경으로 장바구니에 쓸어담는다. 막 쓸어담는 배경의 지분은 전작주의가 가장 크다. A작가의 책을 읽어야겠다 싶으면 그 작가의 책을 모조리 담는데 문제는 그 작가가 다작을 하는 경우.
책 정리를 하면서 새삼 놀란 건 고종석과 정여울이 엄청난 다작이라는 거. 책장을 뒤지다 보면 더 나올지 모르겠지만(직전에도 한 권 발견했다) 현재 고종석만 총 23권이다. 이 양반은 무슨 일인지 지난 12년, 17년 대선 때 안철수에게 콩깍지가 씌어서는 엇박자를 타더니 17년 대선 직후 절필 선언을 하고, 새 글은 안 나오지만 과거 책들이 새 장정을 입고 재간되고 있다. 언급한김에 궁금해서 오랜만에 찾아보니 그간 절필선언을 접으셨나 봄. 최근작을 잠깐 훑어 보니 이 양반, 인지부조화의 늪에 단단히 빠진 걸로 보인다. 소위 지식인이 인지부조화에 빠지면 답도 없다. 광신도는 귀여운 수준. 괜히 근황을 찾아봤다. 이 양반은 그냥 그러려니 앞으로도 계속 관심을 끄는 게 내 정신건강에 이롭겠다. 한때 즐겨읽던 작가들이 다들 왜 이러는지...
사흘째 책 정리의 늪에서 헤매다 심란해진 김에 M에게 전화했다.
M은 눈코입이 달린 벽(the wall)과 마찬가지여서 수다를 빙자한 혼잣말을 늘어놓기에 이상적인 청자다. 즉 M은, 어쩌고저쩌고 온갖 말을 쏟아낸 후 이성이 돌아오면 지붕킥을 하는 흑역사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고마운 청자다. 게다가 열정에 싸여 숨도 쉬지 않고 줄줄줄 말을 뱉는 사이사이 '듣고 있어?' 확인하면 그 때마다 M은 성실하게 '듣고 있다' 대꾸도 해준다. 물론 여기서 '내가 방금 뭐라고 했는데?' 라고 묻는 짓은 하지 않는다. 그건 이상적인 청자에게 예의 없는 짓이다.
가끔 M이 묻는다. 그렇게 말하면 입 안 아프냐고. 그럼 난 대답한다. 아플 일이 뭐가 있겠냐. 입술만 움직이면 되는데. 하나도 안 아파. 걱정마. 또 가끔 M이 묻는다(생각해보니 요즘은 안 묻는다) 너 잘 때 입 벌리고 자지. 그럼 나는 정색한다. 아니-이?
이상적인 청자의 부작용도 있다. 입으로 다 뱉어내고 나면 손으로 쓸 글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아, 이건 홈에 쓸 얘긴데. 입이 나불나불하는 동안 머리속에서 그런 생각이 스친들 이미 글은 혀를 타고 빠져나간 뒤다.
그러니까 결론은,
요즘 책값은 도대체 왜 이렇게 비싼 거냐고...ㅠㅠ
도서정가제 하면 책 가격이 저렴해진다면서요.
도대체 언제요?
게다가 툭하면 품절, 절판이고.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고 해외 다른나라처럼 가벼운 페이퍼백을 만들어달라는 사람들을 보면 화딱지가 난다.
그런다고 시장 가격이 떨어지겠냐. 책 질만 떨어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