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책이 바꼈다.
『슬픈 인간』은 20세기 초반 일본인 작가의 산문선.
나쓰메 소세키가 시작을 열고...
근데 이 양반, 알고는 있었지만, 참 복많은 분인듯. 그 엄혹하던 시절 런던 교외에서 한가하게 자전거 배우기라니.
내가 진료 받는 것도 아닌데 살면서 횟수로는 가장 자주 방문한 병원.
특징이라면 돌아다니는 환자들이 대부분 젊다는 거.
자주 들락거리다 보니 의외로운 광경도 많이 봤는데 일례로 오토바이에 스쳤다는 어떤 젊은 여자.
갑자기 허리가 아파서 걸을 수가 없다고 비명을 지르는 소리가 들려서 돌아보니 트레드밀처럼 생긴 보조기구에 상체를 의지하고 복도를 걸어가는 여자가 보였다. 그 여자의 킬포는 킬힐. 아프다고 비명을 지르면서도 그 긴 복도를 킬힐로 절룩절룩 걸어 엘리베이터까지 무사히 안착. 나같음 신발을 벗어던졌을 것 같은데. 그와중에도 함께 걷는 병원 직원에게 사고가 난 경위를 A to Z 조목조목 설명한다 → 그 복도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사연을 들음.
맛있는 살구가 열렸다. 근데 살구가 왜 저리 조롱조롱 모여있는 건가;;;
물어보니 솎아주지 않아서 그렇다고. 벨까 말까 고민했는데 한 해 더 두고 볼까 싶다.
통칭 '나비'.
우리 동 주차장이 거주지인 고양희씨인데 사람을, 특히 애들을 너무 좋아한다. 놀고 있다가도 사람을 보면 후다닥 달려와서 부비부비 발라당 바쁘다. 근데 나비는 알까. 이번 봄에 나비의 집이 철거될 뻔 했다는 걸.
하루는 나비의 집 앞 나무에 공고문이 붙었다. 민원이 들어와서 나비의 집을 철거할 예정이니 그 전에 돌보는 분(캣맘)이 나비의 집을 정리해달라는 내용이었다. 다음날 공고문 아래 장문의 반박문이 붙었다. 대충 '상생'에 관한 것으로 나비는 여기가 집인데 집을 없애고 쫓아내면 영역 동물인 나비더러 나가 죽으라는 얘기냐... 뭐 요런 내용. 그리고 얼마 후 다른 메모가 그 아래 또 붙었다. 나비의 집을 철거하면 안 된다는 감정 호소문.
그리고 일주일쯤 지났을까. 나무에 붙었던 종이는 사라졌고 나비의 집은 여전히 건재하다. 나비도 여전히 애용애용 사람들을 졸졸 따라다니며 주차장을 활보하고 있고.
나비~
애용!
나비 니네 집 철거될 뻔 한 거 아냐?
애용~
너 쫓겨날 뻔 했다고
애이요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