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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인생
- 지나가는 생각, 단편적 느낌, 잡고 싶은 찰나들
9302 bytes / 조회: 725 / 2022.03.05 13:49
관외 사전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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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거주지를 부산으로 옮긴 후 대선(17'), 총선(20'), 지선(21')에 이어 이번 20대 대선까지 총 네 번의 투표를 했는데 모두 관외투표를 했다. 오늘도 자칭 무당층, 정치 저관여자인 해주네 동네에 가서 해주를 데리고 근처 주민센터에 가서 관외투표를 함. 원래는 해주네 어머니도 함께 가시기로 했는데 일이 있으셔서 오후에 따로 투표하실 예정.

 

 

나무 

봉투랑 투표용지랑 쥐고 투표소로 들어가는데 뒤에서 '선생님, 선생니임~' 애절하게 부르는 소리가 들리는 거야. 그때까지는 몰랐지. 그게 나를 부르는 소리라는 걸. 그리고 투표하려고 데스크에 섰는데 투표용지가 없는 거야! '아앗, 용지가 없어, 용지가 어디로 갔지' 이럼서 천을 펄럭이며 밖으로 후다닥 튀어나오는데 근처에서 "선생님, 거기 투표용지가 떨어졌어요" 하는 거야. 내참 부끄러워서. 그리고 무사히 투표를 했지.

해주

사진은?

(해주가 팔을 내밀어 도장을 자랑한다. 손등, 팔등, 팔목 아주 골고루 여러 개를 찍었다, 부러운 눈으로 보며)

나무

투표용지 땜에 정신이 없어서 까먹었다. 대신 관외선거 그건 찍었다. 

해주

손가락 들고 찍어야지 누굴 찍었는지 알지

나무

그거 안 해도 내가 누구 찍는지 내 주변은 다 알 걸. 근데 너는 투표 용지 어떻게 접었어?

해주

안 접고 그냥 넣었는데? 접다가 도장 묻으면 안 되잖아

나무

난 끄트머리 접었는데. 끝을 1/3/ 정도 접으면 안 묻잖아. 근데 봉투에 잘 안 들어가서 조심조심 했다

해주

난 안 접어서 그런가 잘 들어가던데

나무

??? 그으래? 근데 투표용지가 봉투보다 길잖아 안 접어도 봉투에 다 들어가?

해주

……봉투? 봉투를 줬다고? 난 봉투 안 주던데?

나무

…………아아아! 난 관외투표라 봉투를 준 거고, 넌 너네 동네니까 그냥 투표함에 바로 넣은 거잖아. 내 투표지는 우리동네로 가지고 가야지.

 

 

갑자기 바보들의 합창이 됨...

그리고 도란도란 떠들면서 시장 칼국수를 먹으러 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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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엔 두 그릇 나란히 놓고 찍었는데 특정 숫자를 연상시키는 것 같아서 늦게 나온 김밥과 칼국수.

 

커뮤에 곧잘 올라오는 '식당 등에 갔더니 옆 테이블에서 블라블라 대화를 들었다'는 내용을 볼 때면 정말 저렇게 대화를 한다고? 늘 의문이었는데 와... 오늘 칼국수를 먹으며 바로 그 대화를 들었다. 그거 다 실화였구나... 진심 놀람...

 

옆테이블에 60-70대로 보이는 할머니 네 분.

 

할머니 1 "이번에 이재명 되겠던데"

할머니 2 "난 이재명 찍었어"

할머니 3 "난 돈 많이 주는 허경영 찍을라고"

할머니 4 "안철수 찍을라고 했는데 안철수가 배신을 때렸어"

할머니 3 "찍을 사람이 없는데 누구 찍지"

할머니 1 "야, 넌 그냥 허경영이 찍어! 돈 많이 준다매!"

 

 

썰 절대 아니고 해주랑 같이 들은 찐임.



 

해주네 어머니는 김대중이 대통령되면 바로 전쟁 터지고 남한이 빨갱이 국가가 된다고 믿던 분이심. 물론 내가 부산에 온 이후 뵐 때마다 밭을 갈아서 지금은 그정도는 아니심. 그럼에도 혹시 어머니가 주변분들에게 휩쓸려 짜장 찍으실까봐 (18대 대선/트럼프 트라우마) 얼마전 대선 후보 관련 얘기를 나누던 중. 어머니 말씀이, 아는 분이 이재명 형수욕이 어쩌고 하는 카톡을 보여주시더란다. 그에 어머니가 '그거 다 믿지마라, 요즘은 가짜가 너무 많아서 그런 거 곧이곧대로 다 믿으면 안 된다. 설령 정말 욕을 했더라도 그럼 무슨 사정이 있겠지' 하셨다고. 어머니, 사랑합니다♥ 

 



어제 사전투표를 한 엄마와 오늘 아침에 나눈 대화. 엄마는 최근 유시민 작가에서 푹 빠지심. 사전투표가 시작되면서 유시민 작가가 오랜만에 방송 출연을 하고 있는데 엄마가 유시민이 출연한 방송을 TV로 보고 유튭으로 다시 보고 있다고 너도 꼭 보라고 추천하심. 엄마, 저 유시민빠예요...ㅠㅠ

 

외가가 국짐 열혈빠인데(군부독재시절 큰이모부가 국회의원 세 번 출마하심) 그 가운데 껴서 혼자 꿋꿋하게 민주당 찍고 오는 엄마한테 '주변에서 모두 같은 소리를 하면 엄마도 귀가 솔깃해지지 않으신가' 물었다. 그러자 '나는 그런 거 없다' 엄마가 단언하면서 '노무현도 참 착하게 정치를 했고 문재인도 얼굴이 저렇게 상해가면서 일을 하는데 윤석열 찍을 일 없다' 덧붙였다. 참고로 아빠랑은 노통 서거 때 크게 충돌한 이후로 정치 얘기 안 함.



 

서울 거주민인 이모랑 전화.

코시국 덕분에 몇 십년만에 재외국민투표가 아닌 고국에서 사전투표하심.

 

이모 "나무야 너 누구 찍었어. 1번 찍었어?"

나무 "이모, 저 민주당당원이에요."

이모 "하하하하하하"

 



총평.

 

대충 분위기를 살펴도 몇 달 동안 줄기차게 나오던 여조랑 달라도 너무 다른데? 끼리끼리라고 내 풀이 지나치게 한쪽으로 편향되어서 그런걸까. 진짜 여론조사 저거 다 없애던지 공신력 있는 기관이 공신력 있게 해야 된다.

 

2012년은 이명박 5년을 견딘 후라 문재인 후보가 당연히 될 줄 알았기 때문에 출구조사가 나오기 직전까지 낙관에 차있었고. 2017년엔 시대정신이 요구하는 후보가 문재인이었기 때문에 될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그러니까 내가 대통령 선거에 투표를 한 게 이번이 세 번째인데 이번만큼 절실한 마음으로 도장을 찍었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생각해보니 이렇게 절실한 마음이 드는 가장 큰 이유는 첫번째도 두번째도 세번째도 국짐 후보 때문이다. 후보가 웬만해야 '그래, 까짓 5년만 참자' 하는 거지, 아무리 인물이 없다고 해도 짜장은 아니지 않나. 앞뒤좌우로 구르면서 생각해봐도 짜장은 국민을 위해 일할 것 같지 않다. 현미경으로 들여다봐도 짜장에게선 국민을 위해 잘해보겠다는 신념도 철학도 의지도 보이지 않는다. 

 

정말이지 사법부 출신이 캐비넷 가지고 장난치면 국가내란죄로 헌법에 박아야 한다. 개인 영달을 위해 여론몰이를 위해 팩트를 왜곡하고 조작/호도하는 언론사주는 보도윤리 지침을 강화해 다시는 그런 짓을 못하게 죄를 무겁게 물어야 된다. 

 

유시민 작가가 그저께 백토에서 윤석열 당선 이후를 상상해봤다는 얘기를 했는데 딱 내 심정.

 

결과는 늘 반반 확률이니까. 혹시 모를 결과에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는데 부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길 진심 바란다.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대한민국 국민의 집단지성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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