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지내시나요?
전 잘 지내고 있어요. 사실 너무 잘 지내서 좀 어리둥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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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찍은 좋겠다.
2찍은 요즘 너무 좋아서 잘 때도 웃겠지,
꽃이 피고 지는 것만 봐도 막 행복하겠지,
밥 안 먹어도 배부르겠지,
가만이 있어도 괜히 웃음이 나오겠지,
세상이 막 너무너무 아름답겠지,
ㅅㅂ 개부럽다 개놈들
이상은 올봄 제 절친들은 모두 한 번 이상 들었을 저의 꽃노래였습니다.
분노, 체념 단계를 거치니 수긍 단계가 오긴 오더라고요.
수긍의 형태가 '안 보고 안 듣겠다'로 와서 그렇지.
무지성을 자처하니 아닌 게 아니라 요즘 저의 세상은 참 평안하고 평화롭고 좋습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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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대선 직후부터 최근까지 저는 근 넉 달 간 취미생활에 몰빵했어요.
구체적으로 이북 플랫폼에서 판타지/로맨스 웹소설을 읽으며 두문불출 했는데요.
역시 현실 도피의 최고봉은 공상 세계에 파묻히는 거죵~
행인지 불행인지 제가 한놈만 패는 덕후 염색체를 갖고 있어서 말그대로 끝장을 보는 기세로 웹소설 도장깨기를 했는데, 놀랍게도 그것도 끝이 오긴 오더라고요.
석 달 쯤, 아마 읽은 종 수가 대략 n천 권에 달할 무렵이 되니 임계점이 오더군요. 재미있는 건 임계점에 이르니 본격소설(순문학)을 향한 갈증이 미친 듯이 솟더라는 거예요. 평소 (장르적 특징에 특화된)서브장르는 감각으로, 본격소설(순수문학)은 이성으로 읽는 거라고 떠들곤했는데 이걸 언어가 아닌 체험적으로 느낀 거죠.
절대로 안 질릴 것 같던 장르적 쾌감도 익숙한 단계에 이르니 다 타버린 장작처럼 온도가 미지근해지고 속빈 강정처럼 지리멸렬해지는데, 비유하자면 먹으니 배는 부른데 속은 허한 기분. 이 허기가 어디서 오는 걸까 생각해보니 장르소설은 사건과 사랑은 있는데 인문은 없더란 거죠. 같은 맥락의 얘기를 영화 <헤어질 결심> 후기 코멘터리에서 정서경 작가와 박찬욱 감독은 '우리가 하고 싶은 건 사람의 얘기가 아니라 자연의 얘기'라고 표현하더군요. 그 얘기를 듣는 순간 유레카의 전구가 반짝 켜지는 걸 목도한 기분이었어요.
<헤어질 결심>에 관하여는 '설'게시판에서 좀더 구체적으로 풀게요.
뭐어쨌든 덕분에 원없이 웹소설을 읽는 동안 한편으론 여느 때보다 더 많은 책을 사고(...읽는 속도는 여전히 못 따라가고 있지만) 그리하여 그 어느 때보다 생산적인 시간을 보냈습니다....... 보내고 있습니다. 당연히 진행형이죠, 하하.
언급한김에 최근 나를 박장대소하게 했던 로맨스 소설의 한 장면.
국내 재계 서열을 앞에서 다투는 대기업의 차기 후계자가 택시기사에게 지친 목소리로 말합니다.
"펜트하우스로 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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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웹소설 도장깨기를 하는 동안 M은 넷플릭스에서 일 애니 도장깨기를 했더라고요.
(참고로 M은 애니 뿐 아니라 다아~ 봅니다. 장르/국가/언어 안 가리고 정말이지 그냥 다아~~ 봐요.
해당 관련자/종사자를 제외하면 우리나라에서 아마도 미디어 분야 영상을 제일 많이 보는 사람일 것임)
얼마전 M에게 '혹시 성배전쟁이 뭔지 아냐?' 질문하면서 나눈 대화 한토막.
감 : 울나라 서브장르 판타지는 전통적으로 일본 애니에서 세계관을 가지고 오지 않아?
M : 그랬나?
감 : 그럴껄? 그래서 말인데 내가 요즘 판타지 소설을 읽고 있는데 유행인지 뭔지 세계관이 죄다 회빙환이야
M : 회빙환이 뭔데
감 : 회귀, 빙의, 환생
M : (한숨을 쉬며) 요즘 일본 애니는 죄다 이(異)세계물이다
감 : 그니까. 죄다 이세계에서 회빙환을 한다니까? 좀 과장하면 울나라 서브장르는 회방환으로 먹고 사는 것처럼 보일 정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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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무지 덥습니다.
홈에 들르시는 분들 모두 이 무더위를 건강하게 잘 이겨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