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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인생
- 지나가는 생각, 단편적 느낌, 잡고 싶은 찰나들
4065 bytes / 조회: 779 / ????.09.25 00:54
잡담


1. 집이 말 그대로 폭탄을 맞았다. 특히 중앙(거실이 있는 쪽)은 처참하다. 지난 주에 안테나를 설치하면서 벌려놓은 것들을 정리하지 않은 영향이 제일 크다. 그런데 치우기 싫다. 나는 지금 게으름병에 걸려 있다.

2. 최근 들어 내가 저지른 가장 큰 실수는 새 후라이팬의 성능을 검증해 보지도 않고 기존에 있던 후라이팬을 모두 갖다 버린 일이다. 첫 사용에 벌써 시커먼 얼룩이 생겨 버린 스텐레스 후라이팬을 보면서 난감하다. 스텐레스라니, 자만심이 지나친 것도 정도지. 도대체 나 자신을 아는 데 얼마나 더 시간이 필요하단 말인가.

3.『생활의 발견』(임어당=린위탕/전희직 옮김, 혜원출판)을 읽고 있는 중... 10여년 전쯤 M군이 10년 전쯤에 읽었다고 나를 기죽였던 그『생활의 발견』을 이제야 읽는다. 이 책 때문에 처음으로 도서관에 대출기간 연장을 신청했다. 대출했을 땐 하필 여유있게 책 읽을 정신이 아니었고, 대출기간을 연장한 건 지금이 아니면 언제 읽을 지 기약이 없어서였다. 각종 주의(主義)가 생생하게 팔딱거리면서 난립하고 대립하던 근대를 살아낸 지성인의 목소리가 (물질 문명이 정점에 달한 것 같은)현대를 사는 사람에게 여전히 설득력을 가질 수 있는 이유는 인간에겐 기본적으로 과거 회귀 본능이 있어서가 아닌가 싶다. 읽다 보면 "선생님, 그건 아닌 것 같은데요?" 반박하고 싶은 구절도 있지만 자고로 옛 어른 말씀 들어서 손해볼 일은 없는 법이다.
역자의 영향일 수도 있지만 글 쓰는 방식은 이어령(교수님)을, 글의 구성은 소로(H.D.Thoreau)의『월든(Walden)』을 연상케 한다. 재미 있는 것은 원제가 'The importance of Living'인데 이중 'importance'를 다른 출판사, 다른 번역자들도 모두 '발견'이라고 옮기고 있는 점이다. '생활의 발견'이라는 제목을 최초에 쓴 역자가 누구인지는 모르겠으나 참으로 센스 있으신 분인 듯. 감탄 백배다.

4. 문득 내가 재미있는 소설을 읽은 지 꽤 오래 됐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인문은 이성을 단단하게 단련시키고 소설은 감성을 자유롭게 풀어놓는다. 균형 발전은 국토만 필요한 게 아닌데...

5. 오전에 오랜만에 웹서핑을 하면서 노닥거리다가 링크를 타고 '심리테스트'라는 걸 했다. 보통 심리테스트 하면 '모모상황에서 나는 이렇게 한다'는 가정을 주고 사지선답 중 '이렇게'를 고르는 형식을 취하는데 그게 참 요상하다. 가만 보니 '나는 이렇게 한다'가 아니라 '나는 이렇게 하고 싶다'를 고르고 있었다. 결과는 맞는 것도 있고 틀린 것도 있고, 인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한마디로 '같기도'다. 결론은 대중의 보편성을 이용해 인기를 끈 가장 성공적인 사례가 바로 이들 각종 '**테스트'가 아닌가 한다.

6. 눈꽃다방에서 나를 가장 고민하게 만드는 게시판은 바로 dream 게시판이다. 원래는 일기장처럼 그날의 개인 기록을 비롯 기타 등등 최대한 자유롭고 솔직하게 쓰려고 했지만 사실 일기장을 공개한다는 것부터가 어불성설이다. 내겐 온라인식 관계가 쉽지 않다. 그래서 온라인의 속성상 합의된 관계가 아닌 이상 스스로나 타인에게나 나름대로 적정선이라고 생각하는 영역을 넘지 않으려고 조심한다. 그런 점에서 오프라인에서도 목적이 있는 경우가 아니면 신분증을 함부로 내놓지 않는 법인데 온라인에선 좀 강제적이다 싶을 정도로 공공연하게 신분 조사 혹은 호구 조사가 이루어지는 것이 당연시되는 걸 보면 놀랍다. 균형을 지키기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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