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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인생
- 지나가는 생각, 단편적 느낌, 잡고 싶은 찰나들
6920 bytes / 조회: 858 / ????.11.02 03:57
다사다난 했던 이번 주


《월요일》

몇 달 전에 한 중요한 약속이었지만 도저히 시간이 없어서 취소하고 다시 약속을 잡았다. 그러고는 "오늘 화요일 아냐?", "화요일 아니었어?" 하루 종일 이러고 다님. 이러다 정말 붕어가 되는 거 아닐까.

《화요일》

영화 <바르게 살자>를 9시 조조로 예매한 날.
전날 밤을 꼬박 새고 아침 7시에 잠깐 침대에 누웠는데 다시 눈을 떴더니 10시였다. 내 돈 돌리도... ㅠ.ㅠ

《수요일》
 
- 하루 전날인 화요일 상황
지난 주에 주문했던 물건이 화요일 오후에 왔다. 그런데 택배아저씨가 택배비를 달라고 했다. 무료배송으로 알고 있다가 뒤늦게 허겁지겁 이마에 땀 나게 지갑 찾아 뛰어다님.
  
- 수요일 당일
점심 무렵, 업체에서 전화가 왔다. 죄송하다는 사과와 함께 택배비를 부쳐줄 테니 계좌번호를 불러 달라고 했다. 괜찮다고 했다. 남자 직원이 너무 미안해해서 오히려 내가 미안할 정도였다.

《목요일, 오전》

며칠 동안의 수면 부족을 만회하려고 이날 하루는 지진이 나더라도 무조건 자려고 마음 단단히 먹은 날이었다.
그런데 아침 일찍 웬 전화가 울리기 시작했다. 어제 그 업체였다. 이번엔 여자 직원이었는데 역시 내가 황송할 정도로 죄송하다는 말을 거듭 되풀이한 뒤 또 계좌번호를 불러 달라고 한다. 반쯤 잠이 든 채로 나의 "괜찮아요~"와 여직원의 "안 됩니다" 공방이 계속 오갔다. 안 자는 척하고 있던 내 목소리는 버얼써 본성을 드러냈고 여직원의 목소리는 친절 사원 대회에 나가면 1등은 따놓은 당상으로 애교가 넘쳤다. 결국 여직원, 내게 주소를 확인하더니 "그러시면 선물을 대신 보내드리겠습니다" 했다. 비몽사몽하는 그 와중에도 계용묵의 수필『 구두』가 떠올랐다.

구두 수선을 주었더니, 뒤축에다가 어지간히도 큰 징을 한 개 박아 놓았다. 보기가 흉해서 빼어 버리라고 하였더니, 그런 징이래야 한동안 신게 되고 무엇이 어쩌구 하며 수다를 피는 소리가 듣기 싫어 그대로 신기는 신었으나, 점잖지 못하게 저벅저벅, 그 징이 땅바닥에 부딪히는 금속성 소리가 심히 귓맛에 역했다. 더욱이, 시멘트 포도의 딴딴한 바닥에 부딪쳐 낼 때의 그 음향이란 정말 질색이었다. 또그닥, 또그닥, 이건 흡사 사람이 아닌 말발굽 소리다.
어느날 초어스름이었다. 좀 바쁜 일이 있어 창경원 곁담을 끼고 걸어 내려오노라니까, 앞에서 걸어가던 이십 내외의 어떤 한 젊은 여자가 이 이상히 또그닥거리는 구두 소리에 안심이 되지 않는 모양으로 슬쩍 고개를 돌려 또그닥 소리의 주인공을 물색하고 나더니, 별안간 걸음이 빨라진다. 그러는 걸 나는 그저 그러는가 보다하고, 내가 걸어야 할 길만 그대로 걷고 있었더니, 얼마쯤 가다가 이 여자는 또 뒤를 한 번 힐끗 돌아다본다. 그리고 자기와 나와의 거리가 불과 지척임을 알고는 빨라지는 걸음이 보통이 아니었다. 뛰다 싶은 걸음으로 치맛귀가 옹이하게 내닫는다. 나의 그 또그닥거리는 구두소리는 분명 자기를 위협하느라고 일부러 그렇게 따악딱 땅바닥을 박아 내며 걷는 줄로만 아는 모양이다. 그러나 이 여자더러 내 구두 소리는 그건 자연이요, 인위가 아니니 안심하라고 일러 드릴 수도 없는 일이고 해서, 나는 그 순간 좀 더 걸음을 빨리하여 이 여자를 뒤로 떨어뜨림으로 공포에의 안심을 주려고 한층 더 걸음에 박차를 가했더니, 그럴 게 아니었다. 도리어 이것이 이 여자로 하여금 위협이 되는 것이었다.
내 구두 소리가 또그닥 또그닥 좀 더 재어지자 이에 호응하여 또각또각, 굽 높은 뒤축이 어쩔 바를 모르고 걸음과 싸우며 유난히도 몸을 일어 내는 분주함이란, 있는 마력은 다 내보는 동작에 틀림없다. 그리하여 한참 석양 놀이 내려비치기 시작하는 인적드문 포도 위에서 또그닥또그닥, 또각또각 하는 이 두 음향의 속모르는 싸움은 자못 그 절정에 달하고 있었다. 나는 이 여자의 뒤를 거의 다 따랐던 것이다. 2, 3보만 더 내어 디디면 앞으로 나서게 될 그럴 계제였다. 그러나 이 여자 역시 힘을 다하는 걸음이었다. 그 2, 3보라는 것도 그리 용이히 따라지지 않았다. 한참 내 발뿌리에도 풍진이 일었는데, 거기서 이 여자는 뚤어진 옆골목으로 살작 빠져 들어선다. 다행한 일이었다. 한숨이 나간다. 이 여자도 한숨이 나갔을 것이다.
기웃해 보니, 기다랗고 내뚫린 골목으로 이 여자는 횡하니 내닫는다. 이 골목 안이 저의 집인지, 혹은 나를 피하느라고 빠져 들어갔는지, 그것을 알 바 없었으나, 나로선 이 여자가 나를 불량배로 영원히 알고 있을 것임이 서글픈 일이다.
여자는 왜 그리 남자를 믿지 못하는 것일까. 여자를 대하자면 남자는 구두 소리에까지도 새심한 주의를 가져야 점잖다는 대우를 받게 되는 것이라면, 이건 이성에 대한 모욕이 아닐까 생각을 하며, 나는 그 다음으로 그 구두징을 뽑아 버렸거니와 살아가노라면 별한 데다가 다 신경을 써 가며 살아야 되는 것이 사람임을 알았다.


《목요일, 오후》

침실 문이 안쪽에서 잠겼다. 걸쇠가 돌아갔는지 어쨌는지 하여튼 문이 잠겨버렸다. 집 열쇠뭉치는 원래는 현관 신발장에 있던 걸 부지런을 떤다고 며칠 전에 침실 옷장 서랍에 옮겨놨기 때문에 내 힘으로 문을 열던지, 사람을 부르던지 해야 할 상황.
에라, 내가 직접 하기로 했다.
우선 서재방에 가서 못쓰는 신용카드를 찾아서 문틈으로 밀어넣었다. 여차저차 해서 드디어 열었다.
나중에 굶어 죽지는 않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 이제 금요일이다. 주말이 시작된다.
주말은 제발 조용히 지나갔으면 좋겠다. 난 좀 쉬어도 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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