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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인생
- 지나가는 생각, 단편적 느낌, 잡고 싶은 찰나들
3441 bytes / 조회: 1,008 / ????.01.18 18:45
다섯살 적에


어릴 때 기억은 누구나 다 가지고 있겠지만, 저는 가장 오래된 기억이 서너살 때입니다.
그리고 지금 쓰려는 얘기는 그중 다섯살 때 기억에 얽힌 얘기입니다.

제가 다섯살 때 지금은 얼굴도 이름도 아무 것도 기억 안 나는 또래 여자 친구가 있었는데 어느 날 이 친구 집에 가서 밥을 먹게 되었어요. 친구 집에 마침 어른들이 없었는데 친구가 갑자기 "우리 밥 먹자" 하더니 시래기국에 밥을 말아서 두 그릇을 가지고 왔습니다. 아마 소꼽놀이 하는 기분을 내고 싶었던 모양...
그런데 문제는 국이 너무나 짠 거예요. 그래서 친구에게 "국이 짜다"고 했더니 친구가 "어, 난 안 짠데..." 라면서 보리차가 가득 담긴 주전자를 가지고 와서 제 국밥에다 --; 부었습니다. 그런데 물을 부었는데도 여전히 국이 짠 겁니다. 그래서 "그래도 짜다" 했더니 이 친구가 다시 보리차를 붓고... 결국 두 번인가 물을 더 부었던 것 같아요. 물론 여전히 국은 짰습니다.
그 뒤 중간 얘기는 필름이 끊긴 것처럼 생각이 안 나고 시간을 건너 뛰어,
이번에는 그 친구와 함께 우리 집에서 밥을 먹게 되었습니다. 역시 국에 밥을 말았는데(무슨 국이었는지는 기억이 안남) 아마 저번에 대접을 받았으니 거기에 대한 답례로 제가 국에 밥을 말았던 것 같습니다. - 옙, 나무는 예의가 바른 아이였습니다, 호호홍~
어쨌든 각설하고, 이 친구 말이 뜻밖에도 "국이 짜다" 는 거예요. 그래서 깜짝 놀란 나무는 "어, 난 안 짠데" 하면서 친구의 국 그릇에 역시 보리차를 --; 부어주었습니다. 그런데 친구가 계속 짜다고 그러더라구요. 그 다음은 또 필름이 끊긴 것처럼 기억에 없습니다. 나무가 다섯살이었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이 오래된 일화가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고 지금까지도 기억에 남아 있는 것은 물론 어린 생각에도 상황이 이상했기 때문이었을 겁니다. 내 입에는 짰던 그 친구네 국이 그 친구 입에는 안 짰으니까, 그럼 그 친구가 우리 집 국을 먹었을 때는 싱거워야지 이치가 맞는 것인데 그 친구는 오히려 짜다고 했으니 덕분에 이 앞뒤가 안 맞는 얘기를 여태 기억하고 있는 것입죠.

얼마전에 컴퓨터 프로그램 때문에 M군에게 도움을 받을 일이 있었는데 그때 마침 이 얘기가 생각나서 M군에게 들려주었습니다. 그런데 기껏 열심히 얘기를 해줬더니 M군,
"재미도 없는 얘기를 억수로 오래 하네" 라고 무안을... 흑흑... 그러면서 "하나도 안 이상하다." 는 겁니다.
앗, 드디어 지난 수십년간 풀리지 않았던 의문이 풀리는구나! 감격해서 그럼 왜 그런 상황이 벌어졌을까, 하고 물었더니 M군 대답이 이랬습니다.

M군 : "그건 둘 중 하나가 싱겁다는 말을 몰랐던 거다."
그 말을 듣고 한참만에 제가 말했습니다.
나무 : "난 아냐. 걔네 집 국은 진짜 짰단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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