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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인생
- 지나가는 생각, 단편적 느낌, 잡고 싶은 찰나들
12109 bytes / 조회: 1,056 / ????.11.19 18:06
경제야 놀자



요즘 경제가 어렵다는 얘기를 많이 들으실 거예요. 두 달 전만 해도 괴담으로 치부되던 10년 전 외환위기 얘기가 이제 구체적으로 언급되고 있을 정도니 실제로 경제가 많이 어려운 것 같습니다. 10년 전과 차이점이라면 신규고용 감소와 감원과 명퇴의 위기에 몰린 청장년 실업 문제뿐 아니라 이번에는 재테크의 수단으로 오랫동안 은행 예금보다 펀드와 주식 등에 투자를 해 오신 어머님, 주부님들이 느끼는 불황의 심리적 불안이 눈에 띕니다.

여담이지만 10년 전 IMF 구제 금융을 앞두고 실제로 심리적 불안에 쫓긴 사람들을 중심으로 라면 사재기가 있었습니다. 저는 이 때 친구랑 함께 프린트 용지를 잔뜩(이래봤자 3세트) 사서 쟁여두었는데요, 이 부분에 대해 잠깐 설명하자면 우리나라처럼 대부분의 원자재를 수입에 의존하는 나라는 경제 위기가 닥쳤을 때 재화 수급 자체가 어려워집니다. 그러니까 인플레이션이든 디플레이션이든 돈이 없어서, 물건이 비싸서 못 사는 것이 아니라 기업은 물건을 못 만들어서 못 팔고 소비자는 물건이 없어서 못 사게 됩니다. 물론 이건 현 상황에선 극단적인 얘기입니다. ^^

다시 본론입니다. 저희집의 경우 막내 이모부께서 '개미의 주식 투자'란 무엇인가를 아주 제대로 보여주셨는데 2000년을 전후해 약 2억 정도를 장에서 날리셨어요. 덕분에 친척들 사이에 막내 이모부는 '주식을 하면 망한다'는 귀감이 되었음은 물론 이후 이모부는 이모에게 일체의 경제권을 다 넘겨 주었습니다. 그런데 두어달 전쯤이었어요. 뜻밖에도 엄마와 전화통화중에 한 이모가 적립식 펀드에 투자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사실 저도 1년 전에 중국과 브릭스 쪽에 펀드를 넣은 것이 묶여 있거든요. 얼마전 주거래 은행 PB의 얘기로는 회복되려면 한 3년쯤 걸릴 거라고 하시더군요. 그래서 애인을 군대에 보낸 셈 치고 있습니다만 그건 그거고 아무 생각없이 펀드에 계좌를 연 반성도 할겸 뒤늦게 서점에서 인기몰이중인 경제 관련 책 몇 권을 구입해서 읽고 있습니다. (사진↑) 자기계발서인 줄 알고 아예 밀쳐두었던『88만원 세대』를 비롯 장하준, 우석훈, (시골의사)박경철 씨의 책들인데 가독성이 좋아서 일반인도 쉽게 접근할 수 있고 무엇보다도 지금 세계 경제의 화두인 신자유주의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돼서 좋습니다.

경제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아마 다음의 아고라에서 유명 사이버논객으로 떠오른 '미네르바'라는 이름을 들어보셨을 거예요. 이 분 말고도 온라인에는 국내와 국외에서 일어나고 있는 경제 동향에 관해 상세하고 알기 쉽게 알려주시는 분들이 많이 계십니다만 어째 정부에선 이 분들을 그리 달가워하지 않는 것처럼 보입니다. 왜 그럴까요? 뭐가 문제일까요?
문제는 역시 국내 유수 언론들이 언론의 제기능인 정보전달을 제대로 못하는 데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정책 관계자들이 내놓는 분석이나 예측과 전혀 다른 목소리가 온라인에서 흘러나오기 시작합니다. 경제에 관심이 있는 네티즌의 눈과 귀는 차츰 정부와 언론이 가르쳐주지 않는 얘기들을 들려주는 사이버 논객의 목소리에 쏠립니다. 대부분 누군가에게는 불편한 진실처럼 들리는 얘기들이지요. - 정치적인 얘기는 생략합니다.

이제 막 출범한 정부는 도대체 왜 이리 오락가락 갈팡질팡 요랬다 저랬다 하는 걸까요. 언제는 위기는 없다고 단언하더니 한 달도 안돼서 위기는 있다고 하지를 않나, 제 2의 IMF는 없다고 했다가 지금은 IMF 때보다 더 어렵다고 했다가...

최근 몇 달 동안 쏟아지는 경제 뉴스에서 '금리 인하(인상) 결정' 등의 얘기를 아마 가장 많이 들으셨을 거예요. 하지만 그것이 무엇인지, 왜 그런 결정을 했는지, 그러한 결정이 시장에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설명해주는 얘기는 아마 못 들으셨을 거예요. 실상 국민들에게 정말 유익하고 도움이 되는 정보는 금리가 어떻고, 미국발 서브프라임이 어떻고 하는 개념 전달이 아니라 '모 국회의원 부인은 미국유학생인 자녀의 3년치 학비를 올초에 미리 다 부쳤다더라' 라던가, '지난 정부때 주식으로 큰 이익을 본 정부여당 모 의원은 올 봄에 보유 주식을 모두 내다 팔았다더라'라는 얘기인데 말이지요.

올해 들어선 새 정부가 제일 처음 꺼낸 경제 정책은 바로 '고환율 정책'(달러 대비 원화 가치 하락)이었습니다. 가만히 있는 외환 시장에 정부가 개입하여 인위적으로 환율을 끌어올린 것인데요. 그 이후 어떤 일이 있었을까요.

1) 고환율 정책
'고환율 정책'은 현 정부의 재경장관이 매우 선호하는 것인데 그리하여 몇 년째 달러 대비 강세를 유지하던 원화의 가치가 뜬금없이 내리게 됩니다. 원화 가치가 낮아지면 가장 이익을 보는 집단은 바로 수출을 많이 하는 대기업입니다. '대기업 프렌들리'를 추구하는 경제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지요. 결제받은 달러를 원화로 환전했을 때 예전엔 1불에 1000원 받던 것을 이젠 1불에 1300원을 받게 되었으니 과연 그 몇달 동안 대기업은 살판이 났겠지요.
2) 유가 - 곡물가 - 원자재가격 동반 상승
각계 각층의 우려와 비난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재경부가 고환율 정책을 고집하고 있는 동안 국제 원유 가격이 오르면서 국제 곡물가가 상승하고 원자재 가격마저 상승하기 시작했습니다.
문제는 우리나라는 기름 한 방울 안 나는 반면 곡물과 원자재를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는 심각한 무역 불균형의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대외 무역 구조에서 유가, 곡물가, 원자재 가격 상승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환율 상승에 따른 대표적인 경제 현상은 환율이 오르면 관광은 늘지만 수입은 주는 거지요. 이걸 그대로 우리나라에 옮기면 상황이 분명해집니다.
환율이 오르면 당연히 수입 업체들이 지불해야 할 원화가 많아집니다. 그런데 때마침 브라질을 비롯한 남미를 중심으로 불황이 닥치면서 곡물 가격이 급격히 상승하고 70년대 오일 쇼크에 비교될 만큼 원유 가격이 요동을 치면서 원자재 가격까지 올라버렸습니다. 당연한 수순이지만 (주로 중소기업인)수입 업체의 결제 환경이 나빠지면서 부실이 시작되고, 수입 업체에 돈을 빌려준 은행들의 자금 회전은 삐그덕대기 시작합니다.
3) 소비 심리 위축
2)의 여파로 인해 물가가 오르고 따라서 소비 심리도 위축됩니다. 내수 경기 침체가 시작된 거지요. 예전에 천원 주던 걸 천 삼백원을 주고 가져오게 되니 남은 건 당연히 물가 상승입니다. 우리의 대통령님께서 선심 쓰듯 '특별 물가 관리 52 품목'까지 지정해 주셨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장바구니 물가는 무섭게 올랐고 지금도 오르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오를 것이고, 이미 이번 달에 올랐던 전기세 수도세 등 공공요금을 년초에 또 올린다고 하지요.

재경장관은 고환율 정책을 펴겠다고 발표하고, 대통령은 물가를 안정시키겠다고 발표를 했으니 서민의 입장에선 제대로 비싼 코메디 한 편을 본 셈이 됩니다.
뒤늦게 정부는 환율을 내린다 어쩐다 설레발을 쳤지만 결과적으로 현재 우리나라 경제는 한미간 통화스왑을 체결하는 데까지 왔습니다. (정부의 인위적인 외환 시장 개입에서 비롯된 해외 자본의 움직임과 그에 따른 국내 증시 얘기는 기회가 되면 다음에...)

결론적으로 서민들의 입장에선 그들만의 리그에서 벌어지는 얘기보다 직접적으로 경제 상황을 체감하는 바로미터인 실물경제에 관심을 가지는 쪽이 경제를 이해하기에 더 쉽고 빠릅니다.
단적으로 제 경우의 예를 들어보면, 저는 Hivi(하이비)라는 오디오 관련 월간지를 정기구독하는데, Hivi는 일본에 라이선스 계약을 하고 출판하는 잡지입니다. 그런데 이번 달 초에 출판사로부터 봉투 하나를 받았습니다. 원-엔 환율 변동으로 할 수 없이 두 달 동안 임시 휴간을 하게 되었다는 안내장이었어요. 월간지를 출판하는 출판사가 임시 휴간을 결정했다는 것은 문제가 아주 심각하다는 반증입니다. 지금 경제 상황이 아주 나쁘다는 얘기겠지요.
지난 주에 조선일보는 정부 지급 보증 은행 예금에 관한 기사를 실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 기사를 낸 것이 '조선일보'라는 것입니다. 현 시중 은행의 상황이 그다지 좋지 않음을 우회적으로 드러낸 것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드라마 공화국이라는 얘기가 있을 정도로 우리나라의 일주일치 TV 방송편성표를 보면 드라마로 빼곡합니다. 그런데 방송사들이 지난 달 중순부터 고정 편성대였던 일부 드라마를 폐지하고, 몸값이 높은 인기 MC를 자사 아나운서로 교체하고, 공익성이 강한 정보 프로그램을 폐지하는 변화를 보이고 있습니다. 방송사들이 이렇듯 살림을 줄이게 된 가장 큰 이유는 광고 수주때문입니다. 즉 광고주인 기업이 긴축에 들어가면서 광고 물량을 줄였기 때문인데 한마디로 기업의 사정이 예전같지 않다는 얘기이지요.
위의 세 가지 예를 함께 보면 결론적으로 중소업체, 은행, 대기업 등 전반적인 경제 주체들이 모두 불황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요즘 정부와 각 기관은 물론 개인들까지 가세해서 경제에 관해 갖가지 예측과 분석들을 마구 쏟아내고 있습니다만, 그중 주식 시장에 떠도는 예측들은 마치 점쟁이 사주 보는 것 같은 생각이 들게 합니다. 예측의 경우 10년 뒤, 5년 뒤, 석달 뒤, 일주일 뒤 등으로 기간이 짧아질수록 정확도가 떨어집니다. 내일의 주가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그야말로 능력자인 거지요. 분석은 말그대로 이미 일어난 결과물을 대상으로 진단하는 것이기 때문에 예측의 한 근거로 삼는다면 모를까 실상 경제 활동에 있어 실제적인 도움을 받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니 요즘처럼 실물경제가 어려운 때는 역시 경제 원칙의 기본을 지키는 것이 현명한 가계살림의 지혜라고 할 수 있겠는데 불필요한 소비는 줄이고, 바닥을 외치며 유혹하는 펀드나 주식 같은 리스크를 가진 재테크는 당분간 돌아보지 않는 것등이 되겠습니다. 어려운 시기이지만 부디 현명하게 잘 헤쳐나갔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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