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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인생
- 지나가는 생각, 단편적 느낌, 잡고 싶은 찰나들
8126 bytes / 조회: 1,018 / ????.03.04 21:53
흥미로운 그의 관점


『공교육이 우수한 학생은 감당 못하고, 떨어지는 학생은 배려 못하니, 가려운 부분은 사교육이라도 동원해서 긁어주고
공교육은 자취를 감춘 인성 교육과 사회화의 서비스를 강화하는게 현재의 차선책. 당신들과 소신이 다른게 범죄야?』
- 출처. Shinhaechul.com 

최종축약본이라고 하니, 저 두줄 문장이 그가 주장하고 싶은 결론인 듯.

* 그가 하는 식으로 말꼬리를 잡자면, 소신이 다른 건 범죄가 아니지만 그 소신이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은 늘 존재한다. '도둑질은 나쁘지 않다'는 소신은 범죄가 아니지만 소신대로 남의 것을 훔치면 범죄가 되듯이.

최근 연일 기사화되고 있는 그의 글을 그의 홈페이지에 가서 읽어 보았다.
기억에 남는 건 그의 주장이, 내가 라면이 싫댔지 언제 라면국물이 싫댔냐처럼 보인다는 어느 방문자의 댓글.

흔히 '말을 잘 하는 사람'이라고 불리는 그들은 보통 두 부류로 나뉜다.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한 논리로 무장된 사람이 그 하나고, 나머지 하나는 양적으로 습득한 사전적 단어를 자유자재로 현란하게 사용할 줄 아는 즉 말하는 기술을 아는 사람이다. 간단하게 정리하면 전자는 '전문가', 후자는 소위 말하는 '달변가'다. 그런데 달변가들 중에는 궤변가들이 꽤 많다. 이런 사람들의 특징은 좌, 우 어느 쪽에 앉혀 놓아도 제 몫을 해낸다는 것이다.

언어는 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의 개념을 대변한다. 다음은 그 가장 흔한 예다.

「컵 안에 물이 반 남았을 때」
A : "반이나 남았네",
B : "반 밖에 안 남았네",
C : "아직도 그대로네"

신해철은 말 잘 하기로 소문난 달변가답게 자신의 학원 광고 출연이 논란을 일으키자 자신의 홈피에 장문의 글을 올렸다.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돈 때문이 아니라 평소 내 소신과 광고 문구가 절묘하게 맞아 떨어져서 찍었다. * 아래 광고 사진의 노란 동그라미 표시
2. 공교육은 반대해왔지만 사교육을 비판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일단 '공교육과 사교육은 별개'라는 그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공교육을 무시하고 사교육을 옹호하는 그의 발언은 돈 없으면 (소위) 명문대에 갈 자격이 없다고 말하는 것과 다를 게 없다. 누구나 받을 수 있는 사교육이 아니지 않은가. 사교육은 어디까지나 이윤을 남기는 것이 목적인 개인의 사업이라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세계적으로도 명성이 자자한 대한민국 사교육비 현황을 모르는 것은 아닐테고, 그 스스로도 과외로 번 돈으로 비싼 악기를 사고, 대학 등록금을 댔다고 하지 않았는가. 학원에 가고 싶어도, 과외를 받고 싶어도 경제적 여건이 뒷받침이 안 되는 집단은 그의 주장대로라면 출발부터가 불리한 경쟁을 해야 되는데 그의 글에는 그들에 대한 이해는 찾아볼 수 없다.
공교육의 본질은 사회 구성원 모두가 공평하게 교육의 기회를 받도록 하는 데 있다. 공교육이 문제가 있으면 공교육을 뜯어 고쳐야지, 공교육은 어차피 글렀으니 그 자리를 사교육으로 대체해야 한다는 그의 논리는 가라앉는 배를 지탱하려고 힘없고 만만한 사람들을 배 밖으로 던져버리는 것처럼 억지스럽다.

현재 우리나라는 중학교까지 의무교육을 실시하고 있는데 대학까지는 힘들더라도 차차 고등학교까지는 의무교육을 확대하는 것이 국가가 당연히 그리고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 국가는 공교육을 통해 전 국민에게 교육의 기회가 균등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노력할 의무와 책임이 있기 때문. 한편 국가가 공교육을 무시하고 사교육을 조장한다면 국민은 국가에게 책임을 묻고 잘못된 것을 바로잡도록 요구할 권리가 있다. 이것이 사회적 정의이다. 즉 '학교는 인성교육이나 시키고 지식은 학원에서 습득하게 될 것'이라는 그의 미래 예상은 이러한 사회적 정의와 정면으로 대치된다.

*나는 근미래에 뉴미디어를 이용한 홈스쿨링과 사교육이 지식의 전수를 담당하며, 가정과 공교육이 개인의 품성 함양과 사회화를 맡는 형태로 교육의 시스템이 획기적인 변화를 맞을 것이라 본다. (학원에서 박터지게 공부 한 후, 짜증나, 학교나 가야겠다..이렇게 될거라는...)
- 출처. Shinhaechul.com 
 
現서울시 교육감이 지난 선거에서 사교육업자들(사설학원장 등)로부터 선거자금을 지원받은 비리 교육감이라는 건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 비리 교육감이 당선후 한 대표적인 일이 바로 국제중/고 설립, 자사고(자립형 사립고) 확대였다.
그러니까 그가 자신의 신념과 일치하여 찍었다는 광고는 공교육의 수장이어야 할 교육감이 자신의 본분을 망각하고 그토록 애지중지 밀어부치고 있는 소수 특권층을 위한 학교에 입학시켜주겠다는 바로 그 학원 광고다.
* 참고로 국제중의 연간 학비는 88만원 세대로 불리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1년치 월급과 맞먹는 1,000만원이다. 국제중에 진학하려고 저학년 초등생이 입시학원에 다니고, 방학이면 해외 어학 연수를 간다는 기사는 이제 뉴스 거리도 안 되는 공공연한 얘기다.

그는 사교육의 최일선에 있는 학원 광고를 찍은 자기 자신을 합리화하기 이전에 사교육 - 개인과외, 유명 입시학원 등 -의 혜택 안에 있는 집단의 이면에 수업료는커녕 급식비가 없어 점심을 굶는 집단이 존재하는 대한민국의 현실을 좀 더 배려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사실 여부를 떠나) 궁전 앞으로 몰려온 민중들을 내려다 보며 "빵이 없으면 과자를 먹으면 되잖아요" 했다는 마리 앙뜨와네뜨의 말은 밥을 굶는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모르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말임을 이해할 때, 그나마 신해철의 주장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여지는 있다.

내가 지금 당장 고등학생으로 돌아가면 어떻게 할지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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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학교는 때려치고 학원만 다닐꺼야.
- 출처. Shinhaechul.com 

지난 주 <무한도전>은 '정신감정'편을 방영했는데 출연자인 정신과 전문의가 유재석과 박명수가 사물을 보는 관점의 차이를 종이를 들어 설명하는 장면이 있었다. 같은 종이를 보고도 유재석은 "이걸 만든 사람은 얼마나 힘들었을까" 한다는 것이고 박명수는 "찢어 버려" 한다는 것이다.
공교육을 대하는 정부의 인식과 의지 부재라는 악조건 속에서도 현재 자원봉사 수준으로 공부방을 운영하는 지역아동센터가 전국에 2000여 곳에 달하고 어려운 여건에도 꾸준히 그 숫자를 늘려가고 있다. 또한 대안학교는 초기의 행정적 문제를 해결하고 지금은 정규학교로 인가 받고 있다.
돈을 받고 찍었으면 돈 때문에 찍은 게 맞다. 광고를 찍은 그의 행위보다 그 행위에 대한 그의 변명이 더 안쓰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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