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아날로그! > 달콤한 인생

본문 바로가기
Login
NancHolic.com 감나무가 있는 집 Alice's Casket 비밀의 화원 방명록
감나무가 있는 집
달콤한 인생
- 지나가는 생각, 단편적 느낌, 잡고 싶은 찰나들
3421 bytes / 조회: 697 / ????.09.17 11:16
디지털? 아날로그!


내가 책을 구입하는 일련의 공통된 과정은,
인터넷을 이용해서 웹서핑을 통해 여러 리뷰어들의 리뷰를 읽어 보고, 검색을 통해 작가와 작품에 대한 정보를 접한 다음 인터넷 서점으로 가서 (번역본의 경우) 같은 제목의 책을 나란히 늘어놓고 ‘미리 보기’등을 통해 나름 판단 과정을 거쳐서 책을 주문하고, 택배로 책을 받고, 혹시 파본이나 기타 문제점이 있는 책들은 다시 사이트의 담당자와 전화 통화를 해서 교환하고... 이런 몇 가지 경로를 통한 다음 마침내 책은 자신의 위치에 맞는 책장에 꽂히게 된다. 물론 시내의 서점에 나가서 직접 확인하고 사기도 한다.

21세기의 시작과 함께 완전히 자리를 잡은 디지털 시대를 살면서 누구보다도 디지털의 혜택을 받고 사는 입장이지만 재미있는 건 디지털 시대에 접어드니 ‘아날로그’적인 정체성이 더욱 강해졌다는 점이다. 사실 나는 빠른 것보다 느린 것을 선호한다는 점에서 아날로그형에 가까운 인간이다. 즉흥적이고 충동적이기보다는 관성(慣性)이 유지될때 편안함을 느끼는 안전주의자이고, 감정이 관련되면 단거리보다 장거리에 익숙하다. 그럼에도 한편 나는 디지털의 세계에 매우 즐겁게 적응하고 있다. 왜일까?
(경영학 학문인) '마케팅(Marketing)'은 한 마디로 상품에 대한 '정보'를 다루는 학문이다. 이 '정보'란 상품, 상품의 공급자와 수요자, 상품과 공급자와 수요자가 갖춰진 시장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것으로 유/무형의 '팩트(fact)'를 의미한다. 하지만 모든 '정보'가 가치를 지니는 것은 아니라서 '가치있는 정보'란 유기적으로 생성되고 재생산될 때에만 정보로서 생명력을 가진다. 그런데 이러한 조건 즉, 정보가 가장 유기적으로 다루어지고 있는 곳이 바로 '정보의 바다'라는 인터넷이다. 인터넷은 디지털이라는 옷을 입고 태어난 컴퓨터가 낳은 가장 전형적이면서도 창조적인 세계다.
언뜻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이행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현대 사회는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오히려 디지털과 아날로그는 성공적으로 공존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를 테면 내 경우, 원하는 것을 디지털 방식으로 획득한 이후 그것을 소유하는 과정에선 아날로그 방식을 적용한다. 디지털은 편리한 방식으로 정보의 광대한, 양적인 호사스러움과 함께 선택의 다양성을 누리게 해주고 나는 이러한 디지털의 장점 덕분에 보다 쉽고 편리하게 자신의 습성과 기호에 맞는 정보를 선별, 선택된 정보들을 획득할 수 있다. 그리고 이렇게 해서 습득된 정보는 일회성이냐 아니냐, 하는 '가치 판단의 여부'에 따라 버려지는 정보와 소유하는 정보로 빠르게 분류된다.
무한 속도의 경쟁속에서 하루가 다르게 진화하는 디지털의 알고리즘 덕분에 정보의 옥석이 자연스럽게 가려진다는 점에서 일견 긍정적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디지털의 주인이 되느냐, 노예가 되느냐는 결국 유저의 몫일 터.
* 댓글을 읽거나 작성을 하려면 로그인을 해야 합니다.

Total 643건 39 페이지
달콤한 인생 목록
번호 제목 날짜
73 홈페이지 완성 후기 2 ??.04.04
72 운동, 누구나 알지만 실천하기 어려운 몇 가지 ??.03.17
71 망했다. ㅠㅠ ??.03.28
70 열심히, 정말 열심히 배우자 ??.03.27
69 인베이더, Invader ??.03.18
68 박진영 ??.03.15
67 [비밀글] 잡담, 어떤 친구 ??.12.17
66 동상이몽 (同牀異夢) ??.09.18
65 타인의 취향 ??.09.17
64 M군과 중식집에 갔다 ??.12.08
63 소녀는 예뻤다 1 ??.11.03
62 정신 없음 ??.11.01
61 책, 사고 당하다 ??.09.29
60 나도 말하기 싫을 때가 있다 ??.09.29
디지털? 아날로그! ??.09.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