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 정말 어렵다 > 달콤한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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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인생
- 지나가는 생각, 단편적 느낌, 잡고 싶은 찰나들
1922 bytes / 조회: 1,099 / ????.10.17 19:12
살림, 정말 어렵다


시초는,
스테인레스 팬이었다.
그러니까 사용하고 난 스텐팬을 닦을 때 베이킹소다와 식초를 이용하면서 차츰 살림에 눈을 뜨기 시작했는데,
문제는 흔히들 말하는 전업주부의 가사노동이 절대로 만만한 것이 아니라는 것.
주방에서 시작된 가사는 먹거리는 물론이고 욕실로 세탁실로 점점 영역을 넓혀갔고 매번 새로운 사실과 새로운 문제점, 새로운 상식들을 알게 되었는데 모르면 용감하다고, 막상 이것저것 알게 되니 몸뿐 아니라 정신까지 피곤하다.
의외인 것은 가사일이 재미있다는 것이다.
그저 단순노동인 줄로만 알았던 가사일이 실은 굉장히 섬세한 작업이 필요한 정신노동을 수반하는 것이고, 강의실 안에서 배우는 것에 맞먹는 온갖 지식과 연구에 일종의 '센스'까지 필요한 것이 바로 가사일 즉 살림이었던 것.
그런데 살림에 관심을 가지면 가질수록 난관에 부딪치게 된다. 살림을 잘 하려면 자동화되었던 가사노동을 수동화로 되돌려야 하는데 그도 그럴 것이 세탁기, 식기세척기, 청소기 등의 살림 기계들이 아무리 과학적으로 성능이 진보해도 인간의 두 손보다 못하기 때문. 고민은 여기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자동화의 가장 큰 이점은 시간 절약인데 수동화로 돌아간다는 것은 곧 살림에 빼앗기는 시간이 많아진다는 의미가 되기 때문. 살림을 잘 하면 잘 할수록 기회비용적인 측면에서 시간의 많은 부분 희생을 감수해야야 하는데 과연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가 회의가 드는 것을 어쩔 수가 없다. 가사노동에 '전업'이라는 단어가 나오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
결론은, 살림, 정말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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