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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나무가 있는 집
달콤한 인생
- 지나가는 생각, 단편적 느낌, 잡고 싶은 찰나들
7025 bytes / 조회: 949 / ????.12.16 19:02
예전 같지 않아


- 역시, 나이는 못 속이는 거다.
한창 땐 사흘 밤 꼬박 새우고도 얼굴 빛 하나 안 달라지고 생생하게 돌아다녔는데 지금은 뉘 집 딸 얘기인가 싶다.
손가락을 꼽아 보니 사흘 동안 잠을 잔 건 겨우 세 시간. 그러니까 일, 월 이틀 동안 세 시간 자고 월요일에서 화요일로 넘어가는 새벽은 한 숨도 못 자고 꼬박 새웠다. 화요일 오전에 해야 할 일 하나를 처리하고 - 걱정했지만 싱거울만치 간단했다 - 집에 돌아와 오늘 하루는 무조건 푹 잘 거야- 했더니만 잠들라 치면 전화, 잠들라 치면 전화... 약속이나 한 것처럼 한 시간에 한 번 꼴로 울리는 전화 때문에 결국 자는 것을 포기, 벌떡 일어나 목요일에 놀러 온다는 사촌동생을 위하여 장 봐 놓고, 집 치우고 재미있다고 소문난 (근데 07년 방영인데 왜 이제야 소식을 들었을까) 270분짜리 3부작 미드 <the lost room>을 보고 나니 동이 트고 있다. 휴대폰을 진동으로 바꾸고 침실 전화의 선을 빼버리고 이불을 푹 뒤집어 썼다. 그리고 일어나니 저녁 5시. 잠들 때 봤던 하늘이랑 똑같다. 이쯤되면 뭔가... 인생이 참 허무하다는 생각이 절로...

- (외)사촌동생이 방학을 맞아 친구와 함께 놀러 온다고 한다.
기간은 아마 2박3일이나 3박4일쯤 될 것 같다. 이모 얘기로는 애들이, 짐만 던져놓고 하루 종일 밖에서 놀 거니 "언니가 우리한테 신경 쓰는 일은 절대로 없게 하겠다"고 했다는데 그게 어디 또 그런가;;; 일단 어제 통화로 "장 봐둘 테니 밥은 너희들이 냉장고 뒤져서 알아서 해 먹어라" 했더니 "당연하지" 한다. 사실 우리집에 오는 사람은 내가 말 안 해도 다들 자기가 알아서 잘 해 먹는다. 내가 요리를 못 한다는 건 알만한 친척, 친구는 다 알다 보니 이럴 때 참 편하다.
사람에겐 자신에게든 타인에게든 기대치라는 게 있는데 특히 타인의 경우, 잘 하는 사람에겐 (은연중에) 더욱 잘 하기를 요구하는 혹은 으례 잘 하겠지 기대하는 정서가 있다. 이게 어찌 보면 참 불공평하고 억울한 일인데 그러니까 평소 잘 하던 사람이 갑자기 '못 하겠소(혹은 안 하겠소)' 하면 그 사람은 순식간에 일종의 '배신자'가 되는 것이다. 반면 원래 못 하는 사람은 못 하면 못 하려니, 잘 하면 잘 하는대로 또 대견하네 한다. 중요한 것은, 타인의 만족을 위해서 일부러 착한 사람일 필요는 없는데 그럼에도 사이트에 심심하면 올라 오는 '나 억울해요' 사연들을 보면 그게 또 그렇게 쉽지 않은 모양이다. (곁가지를 타면) '억울해요' 사연들 중 대다수를 차지하는 내용이 '거절을 못 하여' 류인데, 이와 관련 예전에 <무릎팍도사 - 양희은 편>에서 양희은 아줌마가 한 말이 있다.
'왕언니' 이미지에 대해 강도사가 묻자 원래 자신은 거절을 못 하는 내성적이고 마음이 약한 성격이었다고, 그러던 것이 암 수술을 받고 나니 나 자신부터 챙겨야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바뀌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하는 얘기가 무척 인상적이었는데 대충 이런 얘기였다. "예전엔 내가 다른 사람의 부탁을 거절하면 큰 일 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수술 후) 막상 거절을 해보니, 거절을 해도 세상은 변하는 거 없이 그대로더라."

- 근데 사람들, 구체적으로 우리 가족을 비롯한 친척들이 모르는 것이 있는데,
나 사실 요리 엄청 늘었다. 장 소스를 마트에서 마지막으로 산 것이 언제인지 기억도 안 나게 모두 집에서 직접 다 만든다. 나를 그렇게나 골탕먹이던 스텐 팬도 언제 그랬냐 싶게 고분고분 그렇게 얌전할 수가 없다. 감자 볶고, 호박전 부치고, 김치 볶고, (지금은 안 먹지만) 계란 프라이까지 팬 하나로 한 번에 다 한다. 채식 시작한 것이 억울할 정도로 생선도 끝내주게 굽는다. 그렇지만 절대로 사람들에게 이런 얘기 안 한다. 때론 혼자만 아는 것이 더 좋은 얘기도 있는 법이니까. (훗-)
* 내가 엄마한테 잘 배운 것 중 하나가 화학 조미료를 안 쓰는 것인데 이건 스스로도 기특하다고 생각하는 부분. 우리나라 음식 양념은 크게 간장과 고추장이 기본이므로 각각 간장 요리, 고추장 요리에 맞는 (천연)조미료를 늘 구비해 두는 것이 중요한데 나는 요리에 관한한 복잡해지면 미리 질려버리는 성향이 있어 이것도 그냥저냥 간단하게 한다. 경험상 역시 가장 중요한 건 다시 국물인데 잘 우러낸 다시 국물 하나 있으면 7성급 호텔 주방장도 안 부럽다.

- 요즘 연예계 최대 이슈는 역시 모 배우의 이별이라 할 수 있을텐데,
내용이야 남의 사정이니 내가 알 수도 없고 알 바도 아니지만 그보다 관련 기사 및 내용에 주루룩 달려 있는 댓글에 드러나는 사람들의 생각이 흥미롭다.
남녀간 연애라는 게 사귀는 건 쉽지만 헤어지는 것은 어렵다. 그도 그럴 것이 이별을 통고 하는 쪽도, 통고 받는 쪽도 질량의 차이는 있겠으나 힘든 건 마찬가지이다. 설사 쌍방간 합의가 있었다고 해도 이별 뒤 후유증은 두 사람 모두에게 남는다.
중요한 건 역시 '방식' 혹은 '태도'라고 할 수 있겠는데 한쪽의 일방적인 변심에 의해 이별할 때, 왜 너랑 헤어져야 하는가로 상대에게 진실보다 거짓말을 더 많이 하는 심리는 포장이야 어떻든 결국은 너보다 내가 더 중요하다는 이기적인 이유가 내포되어 있다. 말하자면 "니가 싫어졌어" 하는 것보다 "우리는 안 맞는 것 같아"가 더 쉽고 덜 미안하다. 흥미로운 것은 일방적으로 이별을 통고받았을 때 남자와 여자의 대응 방식이다. 이 때 남자에 비해 여자는 보다 소극적인 방식 - 울고 불고 매달리는 것 - 정도에 그치지만 남자는 기질에 따라 보다 적극적인 방식 그러니까 물리적인 대응도 가능하다. (이게 지나치면 일간지 사회면에서 심심찮게 마주치는 사건사고의 형태로 등장한다)
이별에 대처하는 방식이 모두가 다 똑같을 수는 없고 또 그럴 필요도 없다. 그건 결국 당사자의 결정이고 몫이고 책임이니 타인이 나서서 이래라 저래라 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다만 댓글 중 일부 소위 '쿨한 이성'은 아무래도 수긍하기 힘들다. 남녀간 이별에선 '왜'보다 '어떻게'가 중요하다. 사실 이는 대부분의 인간관계에 해당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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