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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인생
- 지나가는 생각, 단편적 느낌, 잡고 싶은 찰나들
3210 bytes / 조회: 941 / ????.03.10 07:03
Bad money drives out good money


작년 6월 이후, 탱자가 벌써 세 번째 말썽이다.
탱자를 보러 온 M군이 "도대체 컴퓨터로 무슨 짓을 하냐"고 나를 타박했다.
옛날에 오빠도 "너만 건드리고 가면 컴퓨터가 사망한다"고 나를 엄청나게 구박했다. 자기 컴퓨터에 손도 대지 말라고 눈을 부릅떴다.
난 정말 억울하다.
도대체 내가 컴으로 뭔 짓을 하겠는가. 나 컴맹이다. 내가 할 줄 아는 거라고는 웹서핑 밖에 없다.
그리고 내가 무슨 전기인간인가? 내가 손만 대면 기계가 사망하게?
내가 자주 쓰는 말중에 "양화가 악화를 구축한다"는 말이 있는데, 오빠는 내가 이 말을 쓰면 경기 비슷한 걸 일으킬 정도로 싫어했다. 이것 말고도 내가 쓰는 말중 오빠가 가장 싫어하는 표현은 '부화뇌동'. 그냥 어감이 싫다고 한다. (남자들 단순한 거야 익히 알고 있었지만...)
본론으로 돌아와서 사실 이 말의 올바른 표현은 '악화(惡貨)는 양화(良貨)를 구축한다."(Bad money drives out good money)다.
'질낮은 화폐의 유통으로 질좋은 화폐가 외면당한다'는 그레샴의 이 법칙을 나는 본래 의미와 상관 없이 '좋자고 한 일이 나쁜 결과를 만들었다(혹은 그 반대)'는 의미로 쓰는데, 이번 탱자의 일이 그러하다.
탱자가 코마 상태에 들어간 뒤 내가 한 일은 책장 옆에서 먼지를 뒤집어 쓰고 있는 노트북을 꺼낸 것인데, 어릴 때부터 오빠한테 '네가 건드리면 다 고장난다'는 세뇌를 받아온 나는 서재에 있는 데스크탑을 쓴다는 생각은 애초에 하지도 않았던 거다.
그러면 여기서 악화는 무엇이고 양화는 무엇인가.
악화는 탱자가 또 꼴까닥 했다는 것이고, 양화는(며칠 동안이지만) 노트북을 쓴다는 것이다.
노트북을 쓰는 것이 왜 양화인고 하니, 탱자의 윈도7을 쓸 때는 창을 수십 개씩 띄우고 썼는데 노트북은 창을 다섯 개만 띄워도 나 일하기 싫소, 드러누우니 나는 그저 속이 터져나간다.
결국 선택과 집중만이 살 길임을 받아들여 나의 IT 생활은 요 며칠 매우 효율적인 모양새를 갖추어 가고 있다.
웹서핑의 관문인 포털에서 이 기사, 저 기사 쓸데없이 클릭하는 일도 줄었고, 버퍼링이 긴 게시물은 째깍 스킵하는 센스도 생겼으며, 클릭과 동시에 팝업창이 무섭게 달리는 쇼핑몰은 아예 접속할 생각도 안 한다. 무엇보다도 오랜만에 Hwp와 아주 아주 친하게 지내고 있다.
하지만 이런 생활도 이제 거의 끝나간다.
토요일에 제일 먼저 도착한 메인보드의 상태가 불량하여 다시 교환을 보냈는데 오늘 메인보드가 도착하면 그동안 속속 도착한 하드디스크와 파워로 탱자는 오늘 내일 다시 부활할 예정이다.

실내 온도는 그대로인데 30분 동안 재채기를 두 번이나 했다.
기온이 떨어졌나 했더니만 창 밖을 보니 밤새 눈이 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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