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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인생
- 지나가는 생각, 단편적 느낌, 잡고 싶은 찰나들
2274 bytes / 조회: 1,000 / ????.05.17 01:19
시간의 세 가지 걸음


언제부터인가 너무 자주 쓰는 말이 돼서 겸연쩍습니다만, 그래도 오랜만이에요.
전 그 동안 부산에 다녀왔어요. 6일에 가서 바로 어제 16일에 왔으니 정확하게 열흘 동안 다방을 비운 거지요.
올라오는 기차 안에서 박범신의 신작『은교』를 읽는데 내용 중에 작가가 독일 작가 실러의 시간의 세 가지 걸음에 대한 내용을 인용한 부분이 있어 옮깁니다.

미래는 주저하면서 다가오고 현재는 화살처럼 날아가고 과거는 영원히 정지되어 있다 

이건 부산(기차)역을 아시는 분이라면 이해하실 얘기인데,
일단 일요일 오전 11시에 열차를 미리 예매해두었습니다.
그리고 일요일 아침, 늦잠을 자는 바람에 시간이 간당간당... (도대체 뭘 믿고 오전 표를 예매한 걸까요)
부산(기차)역이 있는 부산(전철)역에 내렸더니 10시 53분이더군요.
캐리어 하나랑 좀 큰 토트백 하나를 양손에 들고 KTX 타는 곳까지 뛰었는데 열차에 올라탔더니 10시 57분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지하철 문이 열리는 순간부터 뛰기 시작하여, 지하철 계단을 뛰어 올라, 역 광장을 가로 지르고, 다시 기차역의 에스컬레이터를 뛰어 올라, 일요일 인파를 헤치고 역사를 가로 질러, KTX 서울 방면 에스컬레이터를 뛰어 내려와 열차에 타기까지 정확하게,
'4분'이 걸린 겁니다.
자리를 찾아 앉는데 거의 10분이 넘게 기침이 나오더군요. 이러다 사람이 죽기도 하겠구나, 온몸으로 체감했습니다.
호흡이 제자리를 찾은 뒤 여기 저기에 전화해서 '4분' 얘기를 했더니 다들 안 믿는 눈치였습니다만, 다방 분들도 안 믿으실 것 같지만, 정말이에요. '4분' 걸렸습니다. 별로 아니 전혀 권해드리고 싶진 않지만 시도해 보셔도 좋습니다.
4분.
굉장히 긴 시간이더군요. 열차에 앉아 한숨 돌리고 나니 4분에 대해 참 많은 생각이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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