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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인생
- 지나가는 생각, 단편적 느낌, 잡고 싶은 찰나들
4847 bytes / 조회: 801 / ????.04.28 12:47
화요일


1. 그 '책'을 찾아서...

새 컴퓨터를 조립하려고 필요한 스펙의 목록을 짜서 화요일에 용산에 갔다.
그리고 목적지인 상가앞에서 약속한대로 M군을 만났다.
목록이 있었기 때문에 물건을 사는데는 별로 시간이 안 걸렸다. 모두 7개인 박스를 봉투 2개로 나누어 담아서 하나씩 들고 상가를 나설 때 M군에게 용산 IParkmall 6층에 있는 대형 서점 소빅스(So bic's)에 들려야 된다고 했다.
소빅스에 도착, M군은 의자에 앉아서 기다리고 나혼자 책을 찾으러 갔다가 외국인 청년을 만났다. 외국인 청년은 유창한 우리말로 "식민지시대 한국의 교육에 대해 다룬 책"을 아느냐고 질문을 해왔다(오옷!). 마침 근처를 지나가던 서점 직원에게 그 사람을 데려다주고 돌아서는데 조금 반성했다.
30여분 서점 안을 돌아다니다 직원에게서 '품절'이라는 대답을 듣고 M군에게 돌아가니 M군이 책을 샀느냐고 묻는다. 없어서 못 샀다고 했더니 무슨 책이냐고 묻는다. 대답하지 않았다.

"좀 오래 전에 출판된 소설인데 갑자기 읽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소위 꽂혔다),
"그래서 뒤늦게 찾았더니 이미 모든 온라인 서점에선 품절된 상태였다",
"지난 일주일 동안 온라인은 물론 오프라인 서점까지 죄다 뒤졌지만 못 구했다",

라는 말은 절대로 안 할 거다. 남자들이 어찌 여자의 로망을 알겠는가. 그렇다. 내가 찾아 헤맨 것은 로맨스 소설이었다.
결국 수요일 오전, 집 근처 대형 서점 두 곳에 '구매 문의'를 하고 기다린 끝에 '출판사 절판'이라는 연락을 받은 것을 끝으로 소설은 단념했다. 돈이 있으면 뭐든 살 수 있는 자본주의 시장의 논리도 '로맨스 소설'계에선 통하지 않는구나. 그래서, 포기했다. 그만큼 노력했는데도 안 되는 걸 보면 인연이 아닌 거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주말에 부산에 가면 서점에 한 번 들러봐야겠다. (그나저나 소설의 제목은 뭘까... 히히힛~ 비밀.)


2. 눈꽃다방

용산에서 집으로 오는 길.

나: (불쑥)홈페이지에 이름이 하나 있었으면 좋겠어.
M군: 그럼 하나 만들던가.
나: 음... 음... 그냥 눈꽃다방으로 할까?
M군: 눈꽃다방은 야후에서 검색하면 성인인증으로 넘어간다.
나: ㅠㅠ


3. 악마의 성경

M군이 용산에서 사온 하드웨어를 가지고 거실에서 새 컴퓨터를 조립하는 동안 나는 방에서 기존 컴퓨터를 하면서 노닥거리는데 각 포털사이트의 검색어 1위에 <악마의 성경(사탄의 성경)>이 떴다. 그런데 연관검색어 두 번째가 '악마의 성격'이다. 웃느라 죽는 줄 알았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오타를 친 것일까.
문제의 성경에 있다는 악마의 그림이 자료화면으로 있어서 마우스를 클릭하고 봤다. 에게~ 얼른 M군을 불렀다.

나: 이것 봐봐. 수사가 악마의 도움을 받아서 쓴 성경에 있는 악마래. 악마가 귀엽게 생겼지. 난 좀 섬뜩하고 무서운 그런 걸 상상했는데 말이야.
M군:왜 그 그림이 악마라는 생각은 안 해?
나: (갑자기 소름이 돋아서 후다닥 창=윈도를 모두 닫았다.)

내 하는 모양을 비웃던 M군이 말했다.

M군: 그래서 수사가 악마랑 무슨 계약을 했대?
나: 뭐가?
M군: 악마, 하면 계약이잖아.
나: 왜 악마하면 계약이야?
M군: 파우스트에도 나오잖아. 악마하고 계약을 맺는 설정.
나: 아! 메피스토! (『고스트 라이더』에도 나온다. 메피스토펠레스)
M군: 어렸을 때 악마가 나한테 계약하자는 상상을 한 적이 있는데...
나:(푸하하핫) 넌 그런 상상을 했어? 난 도깨비가 세 번만 두들길 수 있는 방망이를 나한테 주는 상상을 했는데.

어린 것들이 뭐가 그렇게 원하는 게 많아서 저런 상상을 했을까.
그리고 곧이어『파우스트』에 대해 논쟁이 벌어졌다.
파우스트가 메피스토펠레스와 계약을 맺은 이유를,
M군은 나이가 너무 들어서 연구에 매진할 수 없게 된 파우스트가 젊음을 원해서였기 때문,
나는 평생을 연구만 했던 파우스트가 어느 날 늙어버린 자신의 모습을 깨닫고 지난 젊음이 후회가 돼서,
라고 기억하고 있었다. 희곡이라 그런가 영 기억이 애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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